녹색산업 홍수속 ‘녹색인재’는 가뭄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물 처리 기반시설 제조업체인 A사는 2년 전부터 소수력 발전용 터빈을 제조하기로 결정했다. 소수력 발전이란 작은 하천이나 폭포의 낙차를 이용해서 전기를 일으키는 것.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저감 에너지 등 ‘녹색’이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소수력 발전도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게 A사의 예상이었다. A사는 우선 설계기술자를 물색했다. 국내의 관련 학회, 연구기관, 공기업을 전부 뒤졌지만 국내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찾을 수 없었다.

A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해외 인력시장까지 뒤져봤지만 현직 기술자들은 해당 기업들의 경계로 빼내올 수가 없었다. 그나마 퇴직 기술자들도 원하는 연봉이 만만치 않았고 언어 문제도 장벽이었다. 이 회사가 기술자 영입에 가까스로 성공한 건 올해 5월 KOTRA의 해외 인력 유치 프로그램 ‘컨택코리아’를 통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력 발굴에만 2년을 보낼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며 “지원 기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인력을 영입했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아직 내부적으로 시행착오가 많다”고 말했다.

○ 인력 가뭄에 해외 인력 유치 전쟁

녹색산업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정부도 관련 정책을 연이어 내놓지만 정작 기업들은 극심한 ‘녹색인력 가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인력 유치 경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해양 플랜트 설계업체 에이브머린도 기술자 영입을 위해 국제 헤드헌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부탁을 받은 KOTRA는 해양 플랜트 산업이 발달한 인도 뭄바이 사무실에 희망 인력의 프로필을 전달했다. 사무실은 뭄바이 대학 동문회 네트워크, 현지 인터넷 배너광고, 신문광고 등을 통해 유능한 기술자들을 모았다. 후보들은 뭄바이-서울 간 3차례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관련 경력, 인성 등을 평가받고 이 가운데 1명이 지난해 정식 채용됐다.

기업들이 ‘컨택코리아’에 스카우트 신청을 의뢰한 인원 197명 가운데 녹색산업 인력 분야가 42명으로 일반 공업·제조업(57명)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해외 인력 유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컨택코리아 관계자는 “녹색산업 분야는 현지에서도 고급 인력이라 한국이 유치하는 것에 대해 현지 기업과 정부가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산업 인력 가뭄은 대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기업들은 각 분야 경력자들의 동향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기업에서 계약 기간이 끝난다는 소문이 돌면 금방 영입 전쟁이 시작된다.

○ 유사 분야 인력 전환이 시작

산업계에서는 녹색산업과 유사한 산업분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태양전지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장 태양전지 기술자를 찾긴 힘드니 같은 ‘실리콘’을 활용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자를 조금만 교육하면 녹색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녹색산업 연구 인력에 대한 외면이 녹색 인력난에 일조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관련 분야 학위를 받고 오는 연구자들은 국내에선 처우가 좋지 않다 보니 안 들어오려고 한다”며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국내에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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