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7개 관측소서 기상관측 시설 낡아도 정확도 70% 수준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세계기상기구 가입 정보공유
TV 기상도 수작업으로 그려
전문가 분석 노하우 상당한듯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내리며 뿌린 장맛비는 북한에도 영향을 줬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8일까지 평강에 643mm를 비롯해 평양 453mm, 원산 403mm, 희천 399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평강지역은 18일 하루에만 총 96mm의 비가 내렸다.

이렇게 북한 강수량을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이유는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세계 182개국이 가입한 ‘세계기상기구(WMO)’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이 기구에 가입한 국가들끼리는 강수량, 기온 등 10여 가지 기상 정보를 세계기상통신망을 통해 공유한다. 남한에서도 북한의 기상 자료를 다른 외국의 정보와 마찬가지로 열람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기상자료 업데이트 늦거나 누락

세계기상기구는 세계표준시를 기준으로 0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기상통신망에 각종 기상 정보를 업데이트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 기상청은 48곳, 북한 기상청은 27곳의 기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정보를 이 통신망을 통해 전 세계에 제공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대부분 지역의 기상정보는 기상통신망 허브 국가인 일본 도쿄(東京)를 통해 전달된다. 북한 기상정보 역시 도쿄를 통해 받는다. 이렇게 받은 북한 기상정보들은 북한 지역의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이용된다. 기상청은 지난달까지 평양, 함흥, 개성, 해주, 청진, 중강진 등 6곳의 자료만을 활용해 기상 예보를 했으나 이달부터는 27곳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예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북한이 로켓과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북한 날씨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 기상정보가 제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이옥기 기상청 정보통신기술과 사무관은 “북한 기상 자료는 정시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거나 아예 누락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19일과 20일의 기상 자료가 들어오지 않아 예보관들의 애를 태웠다. 기상청은 백령도나 강원 화천에 있는 광덕산레이더를 통해 북한 일부 지역의 기상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이달부터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하는 일기예보도 시청하기 시작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 관측장비 남한의 70년대 수준

기상청은 북한 기상정보가 자주 누락되는 이유에 대해 시설이 낡아 기상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도민구 북한기상전담팀장은 “북한의 기상관측 장비는 남한에서 1970년대에 쓰던 정도의 수준”이라며 “조선중앙TV 화면을 보면 기상도도 컴퓨터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비에 비해 북한의 예보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북한의 기상 장비만으로는 적중률이 50∼60%여야 정상인데 북한의 예보 정확도는 70% 수준이라는 것. 남한은 85% 수준이다. 이에 대해 도 팀장은 “1978년 WMO에 가입한 북한이 30여 년간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은 데다 이를 직접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실력도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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