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인천 ‘수채화 도시’로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주택지구에서는 고채도, 저명도의 밝고 산뜻한 노란색+빨간색, 녹색+노란색, 파란색+녹색 계통을 주조색으로 사용.’ ‘공업지구의 경우 해안가는 바다와 조화되는 하얀색과 파란색 계열, 내륙은 청정이미지를 위한 하얀색과 녹색 계열 사용.’ 인천시가 지난해 종합 정리한 ‘도시경관 가이드라인’은 건축물 디자인, 색채, 옥외광고물, 가로환경 디자인에 대한 상세 지침을 제시해 놓고 있다.

건축 심의를 할 때 이 같은 지침을 잘 지켰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청라지구, 영종도 등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더욱 엄격한 건축물 경관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8월엔 인천시내 공공 건축물과 시설물을 국제도시에 걸맞은 경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지침서인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이 마련될 예정이다. 2003년 도시경관조례, 2005년 경관기본계획, 2006년 경관실행사업, 2008년 경관형성종합계획에 이어 ‘도시 디자인 장전(章典)’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런 계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도시경관형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 주택지구는 밝게, 공업지구는 경쾌하게

인천 중구 중앙동 일대에는 구한말∼일제강점기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 있다. 고종 광무 3년(1899년) 석조 건물로 지어진 르네상스풍의 인천 일본제일은행지점. 늦은 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이 건물을 찾으면 고풍스러운 자태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노란색과 흰색 조명빛이 돔 지붕과 반원 곡선형의 중앙 문, 화강암 벽면을 골고루 비추어 ‘건물 실루엣’을 살짝 드러낸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답동성당과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인천우체국, 옛 제물포구락부도 야간에 더 멋진 모습이다. 이들 건축물에 투광기, 특수조명, 가로등이 설치돼 중앙동 일대의 야간경관이 ‘근대풍’으로 바뀌었다. 중구는 지난해 말 근대건축물 8동을 대상으로 야간경관사업을 완료했다.

이들 건물과 가까운 옛 창고 건물 13동이 예술단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붉은 벽돌 골격을 그대로 둔 채 유리벽, 나무 데크 등 현대식 건축자재를 덧씌워 창작작업실, 공연장, 야외 데크, 갤러리, 교육실습실, 디지털자료실이 꾸며지고 있다. 9월 ‘인천 아트 플랫폼’(터 면적 8450m²)이란 이름으로 개장하는 이 예술단지는 주변 근대건축물과 연계된 역사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명품 도시를 향한 경관 재창조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들어서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5, 7공구 6.5km²는 국제공모를 통해 상세경관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인근 지식정보산업단지에는 박물관과 같은 산뜻한 모습과 옥상 정원, 마당 쉼터, 야간 조명을 갖춘 공장이 잇따라 건축되고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아파트 단지를 보면 중간지대 학교 주변엔 7층 이하 저층, 외곽으로 나아가면서 24층까지 높아지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돼 있다. 건물 색상은 바닷가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파란색, 초록색, 오렌지색 등 7색을 표본으로 삼도록 했고, 상가엔 입간판을 아예 세울 수 없다. 컨벤션센터(송도컨벤시아), 동북아무역센터, 국제학교가 들어서고 있는 1, 3공구 5.67km²에서는 건축물, 광고물, 색채, 조명 등 부문별 경관 상세계획에 따른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도심에서도 ‘특화 가로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경인전철 동암역∼인천시청∼인천종합문예회관에 이르는 길이 3.5km의 중앙공원에서는 야간경관 조명 공사가 7월이면 끝난다. 인공폭포, 안개분수를 중심으로 산책로, 운동시설을 따라 형형색색의 조명시설이 갖춰지고 있다.

인하대 후문과 연결되는 남구 용현동 뒷골목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인하대 후문 길 건너편 왕복 2차로가 9월경 ‘차 없는 거리’로 바뀔 예정이다. 남북 118.5m, 동서 223.5m의 십자로가 새롭게 포장돼 매주 금요일 오후 6시∼토요일 오전 5시, 토요일 오전 11시∼월요일 오전 5시에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도심 주요 지역은 주거지, 상업지, 공업지, 역사·문화 등으로 나눠 유형별 경관 형성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역사·문화경관지역으로는 계양구 부평향교와 동구 화도진공원이 선정됐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만의 특색 살려야 명품 도시”▼

“8월 7일 개막되는 인천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인천의 경관디자인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고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때까지 2단계 사업이 추진될 것입니다.”

인천시 도시디자인추진단의 정두용 도시디자인팀장(46·사진)은 인천지역 도시 경관 업무의 산증인이다. 일본 오사카국립대 환경공학과에서 학사를 거쳐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통’이지만 1999년부터 줄곧 인천 도시경관 디자인 분야를 전담하는 최장수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3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의 ‘도시경관 조례’와 2005년 ‘경관기본계획’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는 24일 인천 송도라마다호텔 토론회에 참석해 8월 확정될 ‘인천 공공디자인 기본계획’과 관련한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이 기본계획에서는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공공 공간, 공공 시각매체, 옥외광고물 등 5개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다.

정 팀장은 “일본은 미주나 유럽의 첨단 도시디자인 기법을 직수입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연구하면 교훈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00년 된 고도(古都) 교토나 오사카, 지바, 고베, 도쿄 등지를 자료수집과 현장답사의 ‘보고’로 꼽고 있다. “관광객이 많은 교토에서는 도시 디자인의 모티브를 역사성에서 찾고 보행자 위주의 거리를 조성하고 있지요. 매립지에 신도시를 세운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지바의 마쿠하리, 고베의 로코 아일랜드를 잘 살펴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 청사진을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2001년 도시경관 기본계획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해 타당성 용역을 시작하도록 했고, 옛 도심에서의 근대건축물 활용과 경관 정비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최근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경관자문위원, 인천시 문화재심의위원, 인천도시개발공사 문화경영자문위원을 맡아 인천을 ‘명품 도시’로 만드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시민들은 도시 디자인의 업그레이드를 바라고 있지만 ‘행정 눈높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제 도시경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구도심과 신도시를 ‘그린 메트릭스’(자연친화적 구역)로 연결하는 경관사업을 펼칠 시점입니다.” 대중이 모이는 시장, 광장, 전철역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의 색깔을 입혀나가고, 각 구군의 특화가로를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특성에 따라 점·선·면의 형태로 경관 조성을 하되, 중간지점에 규모를 달리하는 녹지대를 많이 조성하면 도시 전체가 밝고 쾌적한 ‘명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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