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운다, 살아 인생을 배운 것처럼…

  • 입력 2009년 6월 23일 14시 46분


6월15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성동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하늘소풍준비교실' 1기 수료식이 있었다.

발표자로 나선 심문원(81) 씨는 자서전을 읽어 내려갔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암으로 사별한 아내 대목에선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려왔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웃음을 잃었고 사람 만나는 걸 꺼려왔다는 그는 죽음준비교육을 받은 후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예전 사진을 찾아보며 안사람이 매우 소중한 존재였던 걸 새삼 깨달았어요. 눈물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누구나 가는 세상에 조금 일찍 간 것일 뿐이잖아요. 또 안사람은 죽을 때까지 암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받지 않았어요. 의사들도 특이하다고 했죠. 지금 생각하면 이 역시 축복입니다. 같이 묻힐 묘지도 정했으니, 전 이 세상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산 후 저 세상에서 기쁘게 만나려고 합니다."

이날 심씨를 포함해 30여 명이 7주간, 13시간의 교육을 마치고 수료장을 받았다. 각자의 손에는 직접 쓴 자서전과 유언장, 사전지시의료서, 그리고 자신의 환한 얼굴을 담은 '장수사진'이 들려있었다. 전문 사진작가가 무료로 찍어줬다는 '장수사진'은 흔히 '영정사진'이라고 불리는 것. 하지만 이들은 "사진을 찍어놓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며 '장수사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들어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존엄사 인정 판결 등으로 '죽음'과 '품위 있게 잘 죽는 것'(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단체에서는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자'는 취지의 웰다잉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웰다잉은 지금 당장 죽자는 이야기도, 죽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며,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는 것.

주간동아는 '품위 있게 잘 죽기'의 의미, 죽음준비학교에서 배우는 것, '찬란한 유산'을 만들기 위한 유언장 작성법, 상속전문 변호사에게서 듣는 법률 자문, '해피엔딩'을 위한 '老테크', 실버케어 완비된 행복한 요양원 정보, 상조서비스 200% 활용하기, 존엄사 인정 판결의 의미, 자연친화적 장례로 인기 끄는 자연장 및 장묘문화 소개, 근사체험자들의 달라진 삶 등 행복한 마무리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담았다.

이외에도 '진짜 국정원맨이 바라본 영화 7급 공무원', '가족 간 종교 갈등에 우는 사람들' '유해마저 분단된 국군포로의 기막힌 사연'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주간동아 692호 커버스토리 목차

●'해피엔딩'을 위해 기억해야 할 것

●아름다운 생애 마감 '죽음준비교육' 인기

●'찬란한 유산', 유언장 잘 쓰는 법

●가족 행복을 위한 '지혜로운' 상속 & 稅테크 비법

●은퇴와 '해피엔딩'을 위한 老테크, 지금 당장 시작하자

●장례서비스 어떻게 활용할까

●'부모사랑상조' 민철희 사장 인터뷰

●나무 밑에서 더 행복하게 쉬다! 변화하는 장묘문화

●사전의료지시서를 씁시다

●행복한 요양원, 알고 계세요?

●'근사(近死)체험' 후 달라진 인생

●전통 상례문화 전시 '쉼박물관'에서 배우는 장례의 의미

●문학과 영화에 투영된 죽음

이지은 주간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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