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친분’ 朴-李, 청탁도 오갔을까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檢 “공직 떠난뒤 돈 받았어도 청탁 있었다면 뇌물죄”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종찬 전 수석이 숱한 의혹이 제기된 끝에 17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20년 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을 위한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박 전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 쟁점은 금품수수의 직무 관련성

이 전 수석은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 초기부터 형사 처벌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거론됐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한창이던 3월 말 이 전 수석의 동생은 해명서를 통해 “2003년 3월 박 전 회장에게 7억 원을 빌려 그중 5억4000만 원을 형인 이 전 수석에게 변호사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대여했다가 7개월 뒤인 11월경 돈을 모두 돌려받았다. 박 전 회장에겐 2008년 2월 이자 5000만 원을 포함해 7억5000만 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전 수석이 서울고검장에서 퇴임해 공직 생활을 마치자마자 동생을 통해 거액이 전달된 점과 이 전 수석이 지난해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되기 직전 동생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갚은 배경이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수석의 혐의에 대해 “공무원이 되려는 자가 뇌물을 받은 경우, (불법 이후) 사후에 뇌물을 받은 경우 등 (뇌물 범죄는) 법률적으로 다양하다”고 밝혔다. 이 전 수석의 범죄 혐의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한다는 뜻이다.

이 전 수석이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게 범죄가 되려면 이 전 수석이 검사 재직 중 그의 직무 권한이 미치는 일에 대한 청탁을 들어줬거나, 그가 다른 공직에 취임해 특혜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건넨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만약 박 전 회장의 청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면 형사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검찰은 이 전 수석을 상대로 지난해 7∼11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를 했는지 조사했다. ○ 천 회장, 로비 실패했어도 혐의 성립

검찰은 18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e메일 서면조사에서 천 회장의 한 전 청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천 회장의 혐의 성립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로비가 실패했어도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에 나섰다면 알선수재 혐의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세중여행과 나모인터랙티브 합병 전 자식들에게 주식을 양도하고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편법 매매해 자식들에게 넘긴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6월 민유태 전주지검장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해 박 전 회장의 돈 5000달러를 받은 다음 날 민 지검장에게 전해준 대검 최모 과장에 대해선 돈을 받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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