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도 서비스직… 교장이 팔 걷으면 사회도 힘껏 돕는다”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오늘 스승의 날… ‘1타 교사’ 6인이 말하는 공교육 문제점과 대안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본관 11층. 최근 각종 매체에서 공교육 우수 사례로 보도한 교사 6명이 모였다. 학원가에서 최고 실력의 강사로 불리는 ‘1타 강사’가 있다면 이들은 학교의 ‘1타 교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교사들이다. 하지만 테이블에 모여 앉은 이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연례행사라는 듯 촌지 문제가 또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부모가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더 신뢰한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임경묵 이화미디어고 교사는 “학교를 ‘문제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일부 교사, 학교 문제가 공교육 전체 문제인 것처럼 비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창용 강서고 교사는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부푼 꿈을 안고 교직에 들어온 20, 30대 젊은 교사들의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을 받았다. 나머지 교사도 “우리는 물건이나 기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드는 전문직이다. 어느 때보다 사명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공교육 살리기에 필수 요소로 꼽은 것은 교장의 리더십이었다. 김경동 공진초 교사는 “이 학교에 8년 있는 동안 교장선생님이 도와 달라는데 거절한 사회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면서 “학교를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헤매는 기관이 많은데 이를 활용 못하는 학교장이 있는 것 같다”며 학교장의 경영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교사도 “특히 사립학교는 교장 마인드에 따라 학교 전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거들었다. 이에 참석 교사 중 유일한 관리직인 유명호 은평중 교감은 “평교사와 교장·교감의 관계가 학교 발전에 중추적인 구실을 한다”며 “예전에는 학교 회계 문제로 평교사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많은 교장·교감이 현장 교사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가 사교육비로 이어지자 “할 말이 없다”며 다들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사교육으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반짝 효과’라는 데는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최영희 서일중 교사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결국 학생들이 진짜 실력을 기를 수 있다. 학교가 올바른 ‘공부 자세’를 길러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가 정말 사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유 교감은 “사회적으로 방과후 수업을 강조하면서 교사들도 어쩔 수 없이 여기 매달리게 됐다. 그 결과 오히려 정규수업이 부실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용 교사도 “방과후 학교에 만족한다고 해서 사교육 참여가 곧바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방과후 학교 만족도가 80%가 넘지만 사교육이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화영 영림초 교사가 “교사들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동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계적인 방과후 학교 활성화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 없이 교사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 교사는 “학원 강사들은 자기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수업밀도가 높다. 보수도 노력한 만큼 뒤따른다. 우리는 수업 외에도 잡무가 많아 수업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 확보가 어렵다”며 “임용고사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인원을 ‘인턴교사’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사도 “인턴교사제가 도입되면 기초학습 부진아 지도에도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인턴교사들도 선배교사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창용 교사는 “인턴교사는 물론이고 교사들도 서로 수업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교사도 “다른 학교에서 우리를 보고 배워 업그레이드하고 그것을 우리가 다시 보고 배우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창용 교사는 또 “교사 스스로 ‘우리는 서비스직 종사자’라는 생각으로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학원 강사의 노하우도 배울 필요가 있다. 교원평가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노하우 공유만큼 진학지도 노하우 공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교사는 “최소한 중학생이 되면 자기 진로를 어느 정도 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교사도 “교직 양성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교 교사인 이들은 “가장 시급한 대학 진학 문제도 대학교수와의 소통 채널이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대담을 마치며 “사회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도 최선을 다할 테니 학부모들도 꼭 교사들을 믿고 따라줘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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