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교 송도국제학교, 일정 촉박해 졸속 우려

  • 입력 2009년 5월 12일 20시 17분


송도국제학교, 청와대 개입으로 시행령 개정해 9월 개교

교과부는 '울며 겨자 먹기'…일정 촉박해 졸속 우려

국내 최초 국제학교인 인천 송도국제학교가 내국인 입학생 수를 대폭 확대해 9월 개교하기로 했다. 그동안 형평성과 특혜 논란을 염려해 '불가' 입장을 견지해온 교육과학기술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정안 검토와 학교 설립심사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업무 매뉴얼대로는 '불감당'이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청와대와 교과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두 차례 청와대 회동을 갖고 송도국제학교의 9월 개교를 위해 관련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합의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이들 정부부처 관계자는 4월 두 차례 회동을 갖고 4월24일 시행령 개정으로 송도국제학교 문제를 풀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확인됐다. 법을 개정할 경우 국회 의결 등으로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시행령 개정은 차관·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비교적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총리실의 '규제완화' 천명과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추진' 등으로 일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도 시행령 개정 쪽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송도국제학교 같은 외국교육기관은 개교 5년까지 내국인 학생 수를 외국인 재학생 수의 30% 이내(5년 이후는 10%)로 정하게 돼 있다. 이 조항 중 내국인 학생 수를 한시적으로(3∼5년) '외국인 재학생 수의 30%'에서 '총 정원의 30%'로 개정, 내국인 학생을 대거 모집할 수 있게 하자는 것.

현재 송도국제학교에 입학 가능한 외국인 자녀가 100명 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130명(내국인 30명)으로 개교해야 한다. 반면 시행령이 고쳐지면 총 정원 2100명의 30%, 즉 630여 명의 내국인 학생이 입학할 수 있어 학교 운영이 가능해진다.

'주간동아'의 취재가 시작되자 각 부처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지만, 때로는 분통을 터트리며 다른 부처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학생 수 부족으로 개교를 1년 늦춘 송도국제학교가 운영기관도 찾지 못해 또 개교를 연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그래서 함께 모여 해법을 찾으려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한시적' 규정마저 풀어달라고 하고, 교과부는 특혜 논란 및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표했다. 결국 부처별로 조금씩 양보해 청와대가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인 셈"이라며 그간의 사연을 전했다.

중재안은 받아들였지만 교과부는 우스운 꼴이 됐다. 그동안 인천자유청과 지경부 등에서 내국인 학생 수 비율을 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시행령 제정에 대한 부담과 외국인학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 지난해 10월 자신들이 만든 특별법 시행령을 불과 7개월도 안 돼, 그것도 자신들의 손으로 다시 고치게 됨으로써 단견(短見)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여기에 5월6일 대국대과(大局大課) 체제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주무부서도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9월 개교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아직 시행령 개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법제처의 법률 검토, 국무회의 의결, 학교 설립심사 등이 줄줄이 남아 있다. 교과부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송도국제학교 설립인가를 심사하는 데도 최소 14주가 걸린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최종심의 의결까지 받는 것까지 치면 3∼4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당초 학교 운영기관으로 홍보했던 미국 인터내셔널스쿨서비스(ISS) 등과의 국제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협상이 결렬됐고, '대타'로 캐나다 밴쿠버 국제학교를 5월 초 급하게 선정해 학교 설립 신청을 준비 중이다. 그만큼 운영기관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심사 등을 강화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다.

교과부는 일단 설립인가 신청이 접수되면 심사를 시작하고, 모집 정원 부분은 시행령 개정 이후 진행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 내에서 '주객전도(主客顚倒)'로 인한 부실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86호(5월19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배수강 주간동아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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