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태고의 신비 한가운데 전봇대 불쑥”

  • 입력 2009년 4월 16일 06시 25분


우포늪 주변 환경훼손 심각

창녕시민단체 道에 건의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주변의 전봇대를 얼른 옮겨야 합니다.”

국내 최대의 늪이자 람사르협약 등록습지인 경남 창녕군 우포늪(8.54km²) 일원의 전봇대를 이설하거나 지중화(地中化)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우포늪 지킴이인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회장 서영옥)은 15일 “철새의 안전한 이동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미관을 해치는 전봇대(사진)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전선을 땅 속에 묻어 달라”는 건의서를 청와대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경남도, 한전 등에 냈다.

이 단체가 파악한 우포늪 자연보전지역과 습지보호구역 내의 전봇대는 200여 개. 주로 창녕군 이방면 안리와 유어면 세진리의 마을, 농경지에 서 있다. 푸른우포사람들은 “전봇대는 고니와 기러기 등 철새의 이동을 방해한다”며 “특히 생태탐방에 나선 국내외 관광객들이 아쉬워할 정도로 자연 늪의 분위기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억4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 우포늪은 10만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월동하고 있으며 여름철새와 ‘나그네새’도 수만 마리가 날아오는 새들의 낙원.

또 노랑부리저어새와 삵, 가시연꽃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발견됐고 344종의 식물과 76종의 조류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연간 150만 명이 찾는 유명 생태관광지이며 지난해 창원에서 열렸던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의 공식 방문지로 인기를 끌었다. 푸른우포사람들 김윤경 기획실장은 “전남 순천시는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한전과 협조해 300만 m²의 농경지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있던 전봇대 282개를 뽑아냈다”며 “우포늪에서도 자연생태계 복원을 위한 의미 있는 사업이 하루빨리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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