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조여가는 檢수사…盧정권 핵심 줄줄이 사법처리 태세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이광재의원 소환 이어

박정규 前수석 전격 체포

안희정 민주 최고위원과

강금원 회장도 수사 중

盧 前대통령 겨냥 분석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3일 오전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전격 체포하면서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부를 겨냥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노무현 정부의 실세로 꼽히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한 데 이어 역시 노무현 정부의 핵심인사였던 박 전 수석을 체포하면서 수사의 목표와 성격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핵심 겨냥하나=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박 전 수석 체포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은 지역 기업인의 전형적인 공직 부패 사건이다. 이 사건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7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이 체포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노 전 대통령 측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은 검찰 내부의 평가와는 다른 해석을 낳게 한다.

박 전 수석 체포는 검찰이 이 전 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을 구속한 뒤 이 의원과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각각 소환 조사하고 체포할 때와는 다른 파장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검찰 수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검찰 수사가 점점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이었던 정화삼 씨 형제가 구속 기소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구속 기소됐다. 이미 수뢰액이 100억 원을 넘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는 인사이고, 검찰 수사를 촉발시킨 박연차 회장 역시 노 전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였다.

올해 들어 대검 중수부는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구속 기소했고 대전지검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수사 중이다.

이 의원과 박 전 수석까지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 노무현 정부 측근그룹이나 실세그룹 가운데 검찰 수사를 피해간 인사를 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깜짝 놀랄 만한 인사”=박 전 수석 체포는 그 자체로도 큰 사건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22일 오후부터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23일 오전 박 전 수석이 체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이 충격에 휩싸였다. 여러 명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언론과 대검 관계자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할 정도였다.

박 전 수석은 대검찰청 공보관 등을 지낸 검사 출신이고,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여서 금품을 받을 만한 이유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사팀은 뇌물 또는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박 전 수석 측은 “이렇다 할 청탁 자체가 없었고 당시 박 회장에게 민정수석의 업무와 관련될 만한 현안도 없었다”며 ‘대가성’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박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박 회장이 상품권을 놓고 간 뒤 이를 여러 차례 돌려주려 했으나 박 회장이 도리어 화를 내 돌려주지 못했다”며 상품권을 받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재 의원 구속 여부 관심=검찰이 23일 오전 수사 상황을 요약하면서 이 의원 보좌관들이 박 회장 측을 접촉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돼 함께 수사 중이라고 밝힌 내용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피고인에 대해 증거인멸 정황을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이 이를 이른바 ‘언론 플레이’로 받아들이는 역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경우 2006년 5월 옛 열린우리당의 친노(親盧) 직계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신의정연구센터 고문 모임에 박 회장을 소개하고 정치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모임을 가진 지 며칠 뒤 박 회장은 자신과 태광실업 임원 등의 명의로 열린우리당 의원 20명에게 300만∼500만 원씩 모두 9800만 원의 후원금을 계좌로 송금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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