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없는 것 빼고 다 있네” 불황에 벼룩시장 뜬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알뜰쇼핑’에 ‘흥정재미’까지 더해 인기

서초토요시장에는 매번 1만여명 북적

서울시, 전 자치구에 매달 열도록 권고

“이 검은색 지갑은 얼마예요?” “3000원요.”

13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 앞 벼룩시장. 김영순 씨(53·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혹시나 뜯어진 곳은 없는지 지갑을 구석구석 살폈다. 1000원짜리 석 장으로 가죽지갑을 마련한 김 씨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알뜰쇼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1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괜찮은 옷이나 생활필수품을 고를 수 있는 벼룩시장과 재활용품 가게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선 약간의 발품만 팔면 싼값에 ‘보물’ 같은 물건들을 건질 수 있다.

○ 보물을 만날 수 있는 개성만점 벼룩시장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처음 문을 연 서초토요벼룩시장은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시내 대표 벼룩시장이다.

비 오는 날이나 법정공휴일을 빼고는 언제나 토요일 서초구청 광장과 양재역 환승주차장에서 열리는 이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자리를 잡으려면 늦어도 오전 8시에는 나와야 한다. 안 쓰던 물건들을 집에서 가지고 나오는 주민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열기가 더 뜨거워져 매회 판매자만 평균 600여 명이 참여하고, 1만여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활동하다 서울풍물시장으로 떠나간 상인 이외의 사람들이 남아서 자리를 잡은 종로구 숭인동 동묘 앞 벼룩시장도 얇은 지갑을 가지고도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매일같이 동묘 담벼락을 따라 가게들이 쭉 늘어서는데 의류, 신발, 시계, 지갑부터 전자제품과 각종 골동품까지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서울시는 또 몇몇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 나눔장터를 내달부터 전 자치구가 매월 한 차례 이상 열도록 17일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금천구는 5월에 유아·어린이용품, 여름에는 휴가용품을 위주로 한 재활용 장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겨우내 휴장했던 마포구 희망시장도 3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앞에서 매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재활용품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창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초구는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 원어민 강사를 투입해 어린이 영어 벼룩시장을 운영한다. 구청별 세부 일정을 확인하려면 각 구청 가정복지과나 청소행정과로 연락하면 된다.

○ 재활용품 가게나 재활용센터도 놓치지 마세요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레 남도 돕게 되는 공익형 재활용품 가게에도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을 일반인이나 기업에서 기증받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과 공익사업에 사용한다.

대표적인 곳은 안국동 1호점을 비롯해 전국에 96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공지사항을 잘 확인하면 주요 브랜드에서 기증하는 새 의류를 싸게 살 수 있다. YMCA에서 시작한 녹색가게도 이용할 만하다.

만약 대형가구 및 가전제품을 싸게 구입하고 싶다면 구청 재활용센터로 발길을 돌려보자. 1∼2년 쓰다 버린 물품을 시중판매가의 30∼40%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데다 6개월간 무상 애프터서비스(AS)도 가능하다.

노원구 재활용센터의 최남진 실장은 “불황 때문인지 하루 평균 방문객이 30명 수준에서 50∼60명으로 늘었다”며 “주부들이 내놓는 중고 물품은 줄었는데 손님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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