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벤치마킹 해보니 처방이 나오네요”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6분


성격-공부법 분석해보면 ‘두마리 토끼’ 잡는 전략이 보인다

‘상위 1%’로 통하는 최상위권 학생은 영어 수학을 모두 잘 한다. 그러나 중·상위권 학생들은 영어 수학 중 적어도 한 과목이 약점인 경우가 많다.

영어는 잘 하는데 수학을 못 하는 학생, 수학은 잘 하는데 영어를 못 하는 학생의 성격과 공부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로를 벤치마킹해서 영어 수학 모두 잘 하는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방법은 없을까?

새 학년 첫 중간고사를 앞둔 박지현 양(15·서울 청담중 3·영어 100점, 수학 90점대 초반)과 심재만 군(14·경기 수원시 진안중 2·수학 90점대 후반, 영어 60∼70점대)은 이런 고민을 안고 교육 컨설팅업체인 TMD 교육그룹의 컨설턴트들을 찾았다. 각각 영어 수학을 잘하는 두 학생의 성격과 공부법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서로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공부 전략을 알아보자.

○ 다방면에 호기심 많고 적극적 vs 하나에 깊게 파고드는 완벽주의

박 양은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다. 외국인이 길을 헤매는 걸 보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다. 호기심도 강해서 궁금한 건 바로 알아봐야 한다. 어떤 단어의 발음이 궁금하면 인터넷 사전을 찾아 녹음된 음성을 듣고 최대한 비슷한 소리를 내본다. 헷갈리는 문법도 수첩에 적어뒀다 한꺼번에 찾아본다.

심 군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수학공부처럼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제대로 집중력을 발휘한다. 도형문제처럼 어려운 문제는 한 문제에 수십 분이 걸리더라도 풀릴 때까지 매달린다. 반면 영어공부를 할 때는 쉽게 싫증을 낸다. “수학처럼 답이 딱 떨어지지 않으니까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것 같아서요”라는 게 심 군의 말.

오혜정 교육 컨설턴트는 “영어는 ‘양으로 하는 공부’이므로 많이 듣고 읽고 쓰고 말해야 잘할 수 있는 한편, 수학은 ‘질로 하는 공부’라 하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원리에 맞춰 문제를 풀어야 잘한다”면서 “그래서 학생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과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양처럼 영어를 잘하면 대개 활발한 성격에다 두루두루 호기심이 많다. 외국인을 만나도 겁 없이 말을 거는 “뻔뻔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박 양의 자평)도 갖고 있다.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영어는 장기간 노력해야 어느 순간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 반복을 싫어하기도 한다.

심 군처럼 수학을 잘하면 하나에 깊이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하면 잘 안 풀리는 문제도 끙끙거리며 어떻게든 스스로 풀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꼼꼼함은 영어공부를 하는 데는 때론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영어독해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해석을 못하거나 영어로 말할 때 완벽한 문장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 필기와 암기에 강해야 영어를 잘한다

박 양은 “영어는 학교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수업시간이면 박 양은 왼 손에 색깔이 서로 다른 네 개의 펜을 끼고 있다.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이 있으면 중요도에 따라 재빨리 색을 달리해 표기한다. 교과서 여백에 질문을 써뒀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시험기간이면 교과서 본문을 외우는 건 기본. 중요하다고 필기해둔 교과서 숙어와 문법을 세 번씩 반복해 읽으며 다 외운다. 쉬는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는 무조건 하루 100∼150개씩 단어를 외운다.

한편 심 군은 스스로 “영어 공부를 거의 안 한다”고 털어놨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가끔 단어 책을 외우는 것이 전부. 문법이 약한 탓에 학습지도 항상 미뤄두다가 학습지 교사가 오는 날에야 “한방에”(심 군의 표현) 푼다.

이정아 교육 컨설턴트는 “영어공부는 기본적으로 성실해야 잘한다”고 강조했다. 심 군처럼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공부하지 말고 하루 30분이라도 일정한 시간을 내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양처럼 영어를 잘하는 학생은 자투리 시간도 체계적으로 활용한다. 쉬는 시간에도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독해지문을 빠르게 몇 개 읽는 식이다. 영어 잘하는 학생은 대체로 암기를 잘 해서 시험 대비로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암기한다.

○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을 해야 수학을 잘한다

심 군은 수학공부를 놀이하듯 즐기며 한다. 매일 교과서로 기본개념을 익힌 다음, 학습지로 기본문제를 풀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실린 문제집을 푸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경시대회 수준의 어려운 문제집을 고르기보다 내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골라 끝까지 푸는 게 심 군의 원칙이다. 학원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한 학기 정도만 선행학습을 한다.

박 양은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숙제가 하기 싫어서 종종 미뤄뒀다가 학원가는 날 급하게 풀곤 한다. 집에서 혼자 수학공부를 하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30분. 학교에서 내준 프린트나 학원에서 푸는 쉬운 기본 문제집을 푼다. 시험공부는 교과서와 학교 프린트를 살펴보고 학원 문제집에서 틀렸던 문제만 다시 푸는 것으로 끝낸다. 박 양은 수학시험만 보면 실수를 많이 하고 특히 응용문제에 약한 게 고민이다.

수학공부에 있어 박 양과 심 군의 차이점은 뭘까?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 어떻게 공부하느냐는 것이다. 박 양은 학교나 학원에서 내주는 문제들만 푸는 반면 심 군은 문제집을 스스로 고르고 매일 푼다.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과서→개념을 익히기 위한 개념 문제집→다양한 문제유형을 알기 위한 유형 문제집’ 순으로 풀어나간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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