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恥下問… ‘총장 겸 학생’ 즐겨 볼 터”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유학대학원 입학

“의학박사 딴 지 36년만에 학생 체험

화합 논하는 仁사상 영향력 커질 것

한자공부 매진… 대학 신입생 된 기분”

서정돈(66·사진) 성균관대 총장이 최근 같은 학교 유학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해 3월부터 총장과 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게 된다.

서 총장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것은 1973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지 36년 만이다.

서 총장은 30일 성균관대 총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장직은 계속 수행하지만 2월 말 교수직에서 물러난다고 생각하니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어 공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성균관대 교수가 되기 전까지는 유학의 부정적 측면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천은 없고 말만 무성한 학문,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학문, 국가 발전을 지연시킨 학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하지만 성균관대에 재직하는 동안 생각이 달라졌다”며 “유학은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수양의 학문이며 더 나아가 인류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세계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찾고 화합해야 하는데 이는 곧 공자의 인(仁) 사상과 연결됩니다.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화합을 구축하는 힘을 유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서 총장은 “중국이 공산주의를 대체할 통치 이념으로 유학을 선택할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면서 “중국의 급부상으로 유학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균관대에서 행하는 유교의 석전제(釋奠祭) 속 팔일무(八佾舞)를 배우러 중국 학자들이 찾아올 정도로 한국이 유학의 전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 총장은 유학뿐 아니라 인문학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인문학은 대학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이므로 인문학의 위기는 곧 대학의 위기”라면서 “미래사회는 인문학적 가치와 교양을 두루 갖춘 지식인을 요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계의 명문대학들이 인문학을 필수교양과목으로 서둘러 재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2006년부터 학부 교양과정을 전면 개편하면서 △문화와 신앙 △미학 해석학의 이해 △경험적 추론 등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정한 미국 하버드대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이 실용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장기적 안목에서 인재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대학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그릇을 채우기 위한 공부’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그릇을 넓히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개강을 앞두고 한자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서 총장은 새로운 공부를 앞둔 마음가짐이 대학 신입생 못지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위를 따는 게 공부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되지만 일단 석사학위는 딸 생각이고 더 공부할 게 있다면 박사 과정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가 어린 교수들에게서 배우는 것에 대해 그는 “공자가 말씀하신 불치하문(不恥下問·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음)이란 말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을 좋아합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지요. 이번 대학원 진학을 계기로 ‘아는 단계’를 넘어 ‘좋아하고’ 더 나아가 ‘즐기는’ 기쁨을 얻고 싶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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