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리와 사고]글쓰기 고수되기 3원칙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자주, 내 스타일대로, 집중해서’

① 티끌모아 태산… 일기를 쓰자

② 나의 경험을 나의 글에 담자

③ 연애편지처럼 혼을 담아 쓰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니 가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글을 잘 쓰는 비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정도(正導)는 있지만 왕도(王道)는 없다.” 무슨 뜻일까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잘 아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대답이라 실망스러운가요? 그러나 엄연한 사실입니다. ‘생활 속에 도(道)가 있다’는 말이 있지요. 이 명언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글쓰기의 도(道)도 생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자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활 속의 도를 하루아침에 깨칠 수 없듯이 글쓰기의 도도 단기간에 깨칠 수 없습니다. 장기적,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꾸준한 단련이 무술의 고수를 탄생시키듯 꾸준히 글을 써야 실력이 향상됩니다. 이런 점에서 일기 쓰기는 글쓰기 훈련으로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쓰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공부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검사받기 위한 일기보다는 일기다운 일기가 좋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나의 하루 생활을 꼼꼼히 기록하고, 매일 반성한다는 무거운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부담 없이 하루 한 번 잠시 여유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써 보는 것이 정말 일기다운 일기입니다.

그냥 아무 글이건 끼적거려본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특히 대학생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청년 시절에 그때그때 떠올랐던 생각의 파편들을 남겨놓는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후에 그 기록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다시 한 번 곱씹고 성찰해야 할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수험 공부로 심리적 압박이 심한 고등학생이나 취업 준비로 힘든 대학생들은 일기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백보 양보해서 ‘주기’를 써보면 어떨까요? 일주일에 글 한 편만 써 보자는 것입니다. 중간에 좀 게으름을 부린다 하더라도 40편을 쓰지 않을까요? 1년에 40편만 쓰더라도 2, 3년 쌓이면 글쓰기 실력은 엄청나게 향상될 것입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글쓰기에 잘 적용되는 말입니다. 일상이 반복되면서 그것이 쌓여 도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의 경우 학기 중이라면 어차피 글을 자주 쓰게 되어 있습니다. 수강하는 각 과목에서 과제물이 부여되기 때문이지요. 요즘 우리 대학도 학생들을 공부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대여섯 과목 수강할 경우 그 과제물의 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과제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한 자료를 편집해서 제출한다면 글쓰기 실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고 생각해서 과제를 해낸다면 자연스럽게 자주 글을 쓰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4년 대학 생활을 보낼 경우 정상적이라면 상당 수준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대학생에게 과제물 제출은 곧 ‘생활’이므로 따로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제에 충실한 것부터 시작합시다.

둘째, 내 스타일대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자주 쓰더라도 만날 남 흉내만 내면 글쓰기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흔히 논술 교육 과정에서 좋은 글을 많이 베껴 써보게 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논술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단계에서는 ‘아, 논술이란 이런 성격의 글이구나’ 감을 잡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오히려 실력 향상을 방해합니다.

자기 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주성치의 영화 ‘쿵푸 허슬’은 주인공들이 자기 일에 매진하면서 그 일로 무공 고수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는 자기의 경험을 글로 펼쳐 놓는 과정이므로 꾸준히 쓰는 연습을 통해 자기 스타일을 개발해야 합니다. 자기 스타일로 글을 썼을 때 독창적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집중해서 써야 합니다. 아무리 자주 쓴다고 해도 집중하지 않고 대충 쓰면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는 어느 바둑 기사처럼 글을 쓸 땐 집중해서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야 합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100%의 글을 자주 써볼수록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경지로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제 세대만 해도 꽤 많은 사람들이 연애편지를 통해서 글쓰기 능력을 길렀습니다. 연애편지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쓰는 글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편지 하나에 인생과 미래, 혼을 담으니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주, 내 스타일대로, 집중해서’라는 세 원칙을 묵묵히 실천한다면 모두 글쓰기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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