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퇴출 실험’ 105명중 28명만 생환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1분


■ 첫 중앙공무원 퇴출대상 선정… 그후 4개월

《“전체 농촌진흥청 직원 2031명의 5%인 107명을 ‘인적쇄신 대상자’로 선별했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공무원은 직위해제한 뒤 공직에서 퇴출시킬 예정입니다.”

이수화 농진청장은 4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공무원 퇴출제’를 시행한다는 결정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새 정부 들어 농진청이 존폐 논란에 휩싸이는 등 위기를 겪자 스스로 내렸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농진청은 공무원조직 개혁의 ‘시험대’가 됐다. 연구·지도기관인 농진청 직원의 신분은 일반 공무원이다.》

○ 퇴직 65명 중 44명이 5급 이상

21일 농진청에 따르면 최초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107명 가운데 재교육 대상으로 최종 확정된 직원은 105명. 상급자와 동료가 평가한 점수를 바탕으로 하위 5%를 추린 뒤 반발하는 15명에 대해 재심사를 벌여 2명을 구제했다.

교육 대상자 중에는 돈벌이가 되는 외부 강연에만 몰두하는 연구관, 결재를 받으러 온 여직원 앞에서 음란 동영상을 계속 본 4급 공무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5월부터 농촌 일손 돕기와 자원봉사 등을 하며 일종의 정신교육을 받았다. 그 사이 65명이 자진 퇴직했다. 이 중 44명이 5급 이상 공무원이었다.

남은 40명 가운데 28명은 이달 초 중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농진청은 지금까지도 교육 중인 12명에 대해서는 11월 최종평가를 내릴 계획이다. 이때도 성적이 나쁘면 강제 퇴출된다.

연구관들에 대한 호봉승급 심사도 강화됐다.

승급 대상자들의 연구실적을 상대평가해 하위 20%는 승급을 못하게 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승급 대상이었던 58명 중 11명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과거 5년 동안 농진청 승급심사 대상자 347명 중 불합격은 1명뿐이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호봉승급이 제한되면 경제적 불이익도 있지만 불명예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 “일하는 분위기 정착”

농진청은 지난달 고위공무원 16명과 과장급 93명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역량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초 농진청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를 했다. 기존 과장 30명이 보직해제됐고, 새로 35명이 과장직으로 승진했다.

과장이 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고위공무원단으로 임명된 파격 승진도 있었다. 본청 고위공무원단 네 자리는 모두 주인이 바뀌었다. 이와 별도로 나노·바이오 소재 등 첨단 분야를 담당할 연구관 4명을 모두 외국 박사 출신으로 특채했다.

농진청은 이 같은 쇄신에 대해 지난달 ‘개혁추진 중간보고’에서 “전 직원 역량평가로 일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자평했다. 농진청은 국무총리실 등의 주관으로 6월 실시된 ‘신정부 국정과제 반영 평가’에서도 외교통상부 등을 누르고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조직 내부에서도 “힘들지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한 직원은 “연구직과 행정직 간에 벽이 사라지고 조직에 긴장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출근시간이 빨라졌다”고 했다.

농진청의 인사개혁 자문에 응한 순천대 조선일(행정학과) 교수는 “농진청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개혁이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공무원노조는 “무고한 공무원을 희생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인권단체들은 ‘농진청 구조조정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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