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 자연계 학생 논리적 토의하기

윤리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전자 조작

바이오기술의 부작용을 사례 위주로 논하라

논리적 태도는 대학이 학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자질이다. 실제로 대입 논술에서도 창의력보다는 논리력 위주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아래는 학생의 비논리적인 태도를 꼬집기 위해 학생과 교수의 가상 대화를 만들어본 것이다.

○ 논제

바이오기술은 식량, 에너지,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으나 동시에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고 한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논하라.

○ 배경지식

제레미 리프킨은 1998년 그의 저서 ‘바이오기술 시대’에서 정보기술 시대의 종언과 함께 21세기는 바이오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바이오산업은 1982년 유전자재조합 인슐린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함께 1990년대 중반의 유전자조작 농산물 상업화는 바이오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바이오기술은 전형적인 과학주도형 기술이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에서는건강이나 안전, 더 나아가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학생과 교수의 대화

학생: 유전자조작식품(GMF)에서 바이오기술의 부작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GMF를 먹인 쥐들의 뇌와 신장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GMF가 안전한 식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교수: 사례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어떤 종류의 부작용인지 말하지 않았다네. 그러한 사례를 통해 말하려는 요점이 무엇인가?

학생: 바이오기술은 사람과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 기술, 즉 안전이 보장된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수: 아직도 부족하다네. 자네가 말한 요점은 바이오기술의 특성 내지 단점을 지적한 것이고, 논제는 부작용을 묻고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서로 별개의 논의라네.

학생: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고쳐 말하겠습니다. 인체나 생태계에 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다고 하는데, 생물을 다루는 기술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매우 조심스럽게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기술이 경쟁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생명 존중의 가치, 윤리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이겠습니다.

교수: 아니 되었네. 분명하게 말해줬네. 그렇지만 학생이 말한 사례(GMF를 먹였다는 쥐)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학생: 저는 오히려 실험 결과라서 객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 한 번 생각해보게. 쥐들에게 먹였다는 GMF가 모든 GMF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고, 쥐에게 나타난 증세가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볼 수도 없지 않은가? 사람들을 선동할 생각이 아니라면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논거는 피해야 한다네.

학생: 그렇다고 해도 인체와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지켜야 할 가치로 판단하건대, 바이오기술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일단은 안전하지 않은 식품으로 가정하는 편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그 점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세. 논점으로 돌아가 한 마디만 더 하지. 어차피 주장의 힘은 논거의 논리와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나. 한두 마디만 적고 더 쓸 것이 없는 논거나 사례라면 논리도 없고, 권위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니 다른 논거를 찾도록 하게나.

학생: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사례를 들겠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GMF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어린아이들을 중심으로 땅콩 알레르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GMF에 의해 식단이 오염된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교수: ‘외신’ ‘확산’ ‘많은’ 등의 용어는 권위를 끌어내고 있다네. 그런 말을 들으니 GMF가 확실히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나 ‘믿고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땅콩 알레르기는 새로운 ‘증후군’인 듯싶다네.

즉 인과 관계가 확실하지 않아 GMF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지. 이래도 논거로 활용하겠나?

■ 과학, 논술을 만나다

반은 극성, 반은 비극성 두 얼굴의 분자

휘발유+에탄올 자동차 연료에 물을 넣으면 어떤 변화?

이 코너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고려대 2009학년도 모의논술 논제4 기출문제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분자’와 관련된 논술 기출문제

‘분자’는 ‘화학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동안 대입논술에서는 분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성질을 다뤄왔다. 여기서는 분자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력을 가리켜 ‘분자간력’이라고 부른다. 분자간력은 분자 자체의 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힘이다.

출제 빈도를 근거로 극성에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분자 구조와 극성의 관계’를 지적할 수 있다. 이는 극성과 용해도, 극성과 녹는점, 극성과 분자간력 간의 밀접한 관계를 추론하기 위해, 제시된 분자가 극성 분자인지 비극성 분자인지 판단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다음 이슈로는 ‘계면활성제의 기능’을 지적할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한 분자 내에 극성과 비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물질로서 양쪽성 분자라고도 불린다. 논술에서는 극성 물질과 비극성 물질의 경계면에 놓인 양쪽성 분자가 우리에게 어떤 유용한 일을 해줄 수 있는지 혹은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묻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논제들은 이론적 지식을 기초로 응용 능력이나 추론, 혹은 통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출제의도를 가늠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지방 분자들이 모여 만드는 구조는 지방의 밀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서울대 2008학년도 정시 문항2 논제4) △비극성 용매가 극성 용질을 녹일 수 없는 이유(가톨릭대 2008학년도 의과대학 모의논술 문제1 논제1)’를 들 수 있다.

○기출문제 풀이

이제부터 계면활성제와 관련된 고려대 2009학년도 모의논술 논제4를 풀어보자. 논제 (a)는 ‘타우로콜산염이 지방의 소화를 돕는 원리를 설명하시오’이며, 논제 (b)는 ‘휘발유와 물을 99 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든 혼합 용매에 타우로콜산염을 첨가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논하시오’다.

1) 에탄올은 표층수와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이다

타우로콜산염은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는 영어로 ‘surface active agents’라고 하는데, 여기서 ‘표면을 활성화시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물과 휘발유는 전혀 섞이지 않는 물질이다. 비커에 물과 휘발유를 넣고 세게 흔들어 섞어도 결국 두 개의 층으로 나뉜다. 투명한 아래층은 물, 노란 위층은 휘발유다. ‘계면’이란 두 물질 사이의 경계면을 말한다. 계면은 두 물질이 넘어갈 수 없는 울타리와 같다.

그러나 계면의 장벽도 약화될 수 있다. 계면활성제가 그러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주(州)와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용 연료는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어 만든다. 그 연료가 물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추론의 열쇠는 에탄올이 쥐고 있다. 에탄올은 휘발유와도 무한히 섞이며 물과도 무한히 섞이는 ‘양쪽성 물질’이다. 그러나 휘발유와 물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물 쪽에 치우쳐 분배된다. 따라서 그 연료가 물을 만나면 휘발유에 포함되어 있던 에탄올이 물로 이동하면서 물의 성질이 변한다. 즉 표면장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물은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 간의 전기음성도 차이로 극성과 표면장력이 유난히 높은 물질이지만, 에탄올의 표면장력은 물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당연히 에탄올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용매(물과 에탄올의 혼합 용액)의 표면장력은 빠르게 감소한다. 역으로 말하면, 이는 물의 극성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에탄올을 넣은 물이 더 빨리 증발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에탄올에 의해 물의 성질이 바뀌면 휘발유에 포함되어 있던 여러 가지 물질이 물로 이동하면서 더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오염된다. 정리하면, 물과 휘발유는 결코 섞일 수 없는 물질이라서 계면은 물질의 이동을 철저히 봉쇄한다. 그러나 여기에 에탄올을 첨가하면 휘발유로부터 물을 향해 물질의 이동이 일어난다. 이것을 가리켜 ‘계면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2) 지방성 식(食)재료는 그냥 쓸 수 없다

계면활성제에는 다른 기능도 있다. 가령 어떤 용액 속에 계면활성제가 첨가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면, 먼저 구성성분 중에 지방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한 물질이 있는데도 용액이 균질한 상태를 보인다면, 이는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즉, 계면활성제가 있을 경우 물과 기름같이 성질이 서로 다른 두 물질도 균질하게 섞일 수 있다. 당근주스나 DHA 우유를 예로 들어 보자. 당근의 주황색 카로틴 성분이나 DHA 성분은 물에 녹을 수 없는 친지방성 물질이다. 계면활성제가 없다면 두 성분이 모두 주스나 우유의 상층에 둥둥 떠 있었을 것이다. 이의 상품 가치는 논할 필요도 없다.

비록 학생의 눈에는 계면활성제가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표면장력을 낮추는’ 성질에서 모두 비롯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기능은 물의 표면이 쉽게 찢어질 수 있도록 작용한 결과 외부로부터 물질이 침투하게 된 것이며, 두 번째 기능은 물의 표면이 쉽게 확장될 수 있도록 작용한 결과 균질한 혼합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3) 모든 계면활성제는 표면장력을 낮춘다

끝으로 표면장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아보자. 전자들 간의 반발이 일어날 정도로 두 원자를 지나치게 가깝게 압축하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모든 물질 사이에는 인력이 작용한다. 단지 물질마다 인력의 세기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합이 물질을 안정화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운 ‘결합에너지’의 정의―결합을 끊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에너지―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즉 두 물질 사이에서 결합이나 인력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에너지를 방출하여 안정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의 표면에 위치하는 분자는 내부의 입자와는 달리 일부의 방향으로만 결합할 수 있다. 따라서 표면적이 작을수록 더 많은 결합을 할 수 있으며 에너지 관점에서도 더욱 안정화된다. 이러한 원리는 물이 아니라 모든 물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제 논제로 돌아가자. 타우로콜산염은 분명히 계면활성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분자의 한쪽은 음이온이지만 다른 쪽은 4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알칸이다. 순수한 알칸은 포화탄화수소를 말하는데, 탄소와 수소로 만들어진 이러한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 간의 전기 음성도 거의 차이가 없어서 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4개의 고리는 소수성을 띤다.

타우로콜산염이 양쪽성 물질이라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는 데 작은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3개의 히드록시기(―OH)일 것이다. 그 이유는 ‘히드록시기가 3개나 있는데 소수성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이 물에 잘 녹는다는 사실은 탄소 원자의 수와 히드록시기의 수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된다. ‘탄수화물’이라는 이름도 탄소의 수화물, 즉 ―[H―C―OH]n―이 아니던가? 히드록시기를 갖고 있는 다른 물질을 생각해보자. 페놀(C6H5OH)은 어떠한가? 페놀의 용해도는 매우 낮다. 탄소 원자의 수에 비해 히드록시기의 수가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타우로콜산염의 고리에는 19개의 탄소가 있으나 히드록시기는 단지 3개뿐이라서 숫자로만 비교하면 페놀보다 낮다. 이것이 고리를 소수성으로 볼 수 있는 근거이다. 그러므로 논제4-(a)의 답안에는 지방 덩어리를 잘게 부숴 소화효소가 작용할 표면적을 넓히는 역할로서 타우로콜산염을 설명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며, 논제4-(b)의 경우에는 타우로콜산염에 의해 휘발유 속에 물방울이 떠 있는(뒤집힌) 상태가 나타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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