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고 이해안가” 수업이 싫은 초등생들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수업 흥미도-이해도

4개국 중 최저 수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도와 이해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효선 연구팀은 지난해 한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4개국의 초등학교 4학년생 2349명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2일 ‘국내외 교실 학습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한국 학교 73곳(2007명)과 영국, 프랑스, 일본의 학교 10곳(3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및 방문 관찰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초등생, 수업 흥미도 바닥=한국 초등학생들은 설문 영역 중 흥미와 요구, 학습 신념, 성취 목표, 학습 참여 등에서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업이 재미있다’라는 설문에 한국 학생은 35.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55%와 48%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한다’라는 설문에는 한국 학생의 19.9%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일본은 41.7%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취 목표에 대한 8개의 설문 항목에서 한국 초등학생들은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2, 3번째를 차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8개 항목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학습 내용을 완벽히 알려고 노력한다’는 설문에 한국과 일본 학생은 26.7%와 26.1%만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프랑스와 영국 학생들은 각각 60%, 54.3%였다. 교실학습 참여도를 묻는 설문 항목 3가지에는 한국 학생들이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수업 시간에 공부에 집중한다’는 학생은 한국이 16.5%인 반면 영국 46.5%, 프랑스 46%로 나타났다.

▽학습 부담에 흥미 잃어=한국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학습량과 개인차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우는 학습량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흥미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영국도 학습량은 많지만 교사가 학생들의 이해 정도에 맞춰 학습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일본은 학습량이 적정하고, 프랑스는 부담 없는 수준이라는 것.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가 피상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프랑스와 영국의 경우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 뒤에 교실 전체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개개인의 이해도를 확인하고, 맞춤형 보충 지도를 해주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특이한 점은 ‘공부를 잘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설문에 한국 학생은 72.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프랑스는 1%, 일본은 0.9%, 영국은 0.8%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효선 연구원은 “외국은 교실수업 이외에도 체험활동이나 외부학습이 많아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학업 흥미도 등을 개선하려면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도록 현재의 학급당 학생수(30.2명)를 2030년까지 20명, 교원 1인당 학생수(22.9명)는 2015년까지 15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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