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벼랑 끝의 아이들]<中>‘학대 부모’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태어난 지 1개월 만에 양팔이 부러진 채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온 세웅이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건 기자
태어난 지 1개월 만에 양팔이 부러진 채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온 세웅이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건 기자
“이 어린 생명을 누가 이 지경으로…”

신생아 세웅이, 양팔 골절에 뇌출혈까지

가난 등 스트레스, 자녀 학대로 이어져

지난해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친부모

《키 45cm, 몸무게 2.7kg. 신생아 세웅(가명)이에게 중환자실 침대는 ‘하얀 벌판’이었다. 26일 충남 천안시 순천향대병원에 누워 있는 세웅이는 의식이 없었다. 인공호흡기에서 나오는 공기에 새하얀 배만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자른 적이 없는 세웅이의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지난달 30일 세웅이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다. 생후 한 달째가 되던 그날 세웅이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뇌사상태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 “이제 겨우 한 달 살았는데…”

세웅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부모였다. 아버지 강모(21) 씨는 “만 한 살인 형이 세웅이의 머리에 인형을 던져 뇌출혈이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의료진의 판단은 달랐다.

인형에 맞아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은 데다 응급실로 실려 올 당시 세웅이의 양팔은 골절돼 있었기 때문이다.

세웅이의 부모는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세웅이를 며칠간 방치하다 세웅이가 의식을 잃은 뒤에야 병원으로 옮겼다.

주치의 이인규 교수는 “응급 치료만 제때 했어도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병원 측은 부모의 학대로 인한 피해로 보고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다.

세웅이의 비극은 예고된 것이었다. 1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된 강 씨는 냉동창고와 공사판을 전전했다. 아내도 연년생으로 낳은 두 아이를 허겁지겁 키우느라 우울증까지 앓았다. 제대로 된 양육지식을 갖출 겨를이 없었다.

부부는 세웅이의 치료비 때문에 단칸방 보증금까지 뺐지만 그마저도 중환자실 사용료로 다 써버렸다.

강 씨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적극적인 치료는 포기한 상태예요. 세웅이 형이라도 제대로 키우려면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 “아빠가 무서워요”

초등학교 5학년 서민지(가명·11) 양은 3년 전 집을 ‘탈출’했다.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에 아동쉼터로 대피했다. ‘방바닥에 낙서를 했다’ ‘밥을 삼키지 않고 우유를 먹었다’ ‘목욕물이 튀자 고개를 돌렸다’는 등의 이유로 민지 양의 아버지는 아홉 살 민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민지 양의 아버지(40)는 5년 전 아내와 별거하고 혼자 민지를 키웠다.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못 쓰게 되자 직장도 구할 수 없었다. 일을 못한다는 좌절감과 가난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자녀 학대로 이어졌다.

2005년 7월 민지 양의 아버지는 지역 아동단체의 신고로 구속됐고 법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년 동안 지속적인 상담을 받은 후에야 민지 양과 만날 수 있었다.

○ 가장 의지하는 사람에 의한 학대

2007년 한 해 동안 43개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는 모두 5581건. 유형별로는 방임이 37.6%로 가장 많고 정서학대 30.1%, 신체학대 26.1%, 성 학대 5.1% 순이다. 아동학대의 79.6%는 가정에서 일어났고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0%가량으로 집계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윤석현 팀장은 “주기적인 반복이 아동학대의 특징인데 한두 번이 습관이 되고 학대 강도도 세지기 때문에 조기 해결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권을 침해당한 어린이를 후원하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oodneighbors.org)나 전화(02-6717-4000)로 문의하면 된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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