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무형문화재 특강… 캠퍼스가 ‘얼쑤’

  • 입력 2008년 3월 18일 05시 47분


가천의과학대 교양강좌 인기… 학생들 “전통문화 생생한 이해”

“용두레질 노래에 대해 들어 본 학생이 있습니까?”

“예, 농번기에 영농과정을 경쟁적 협력 관계로 설정해 농부들이 집단적으로 가무를 즐기며 농사에 활력을 불어넣던 전통 민속놀이로 알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연수동 가천의과학대 지성관 5층 대강당.

300명이 앉을 수 있는 강당에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수강생이 가득 찼다.

인천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강화군 용두레질 노래 보유자 최성원(77) 씨의 강의를 듣기 위한 것.

용두레는 고인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천수답으로 퍼 올리는 재래식 양수시설로 최 씨는 이 노래로 1986년 열린 제27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최 씨가 준비해 온 영상물을 보여주며 용두레질 노래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강의를 들은 물리치료학과 2학년 김현화(21·여) 씨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강의를 매주 들을 수 있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가천의과학대가 올 1학기 전교생이 수강할 수 있는 교양과목(2학점)으로 개설한 ‘무형문화재 탐색’ 강좌가 화제를 낳고 있다.

대학 측은 당초 이 강좌에 수강생을 200명만 받으려고 했으나 수강생이 몰려 현재 300명이 넘는 학생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인천무형문화재 총연합회(회장 이귀례)의 제안으로 마련한 이 강좌의 강사는 모두 12명이다.

중요무형문화재(제82호)인 서해안풍어제 예능보유자 김금화 씨가 지난주 굿을 주제로 강의했고 다음 주에는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느리고 아름다운 노래인 여창가곡(무형문화재 제7호) 예능보유자인 김명순 씨가 강단에 선다.

다음 달에는 규방다례 기능보유자인 이귀례 씨가 학생들에게 전통 차 예절을 가르친다.

한국의 전통 목조건물을 장식하는 단청장 정성길 씨와 국악 연주에 쓰이는 목관악기인 단소를 만드는 기능보유자 김환중 씨도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강의할 계획이다.

강의에 대한 반응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수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와 조만간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같은 강좌를 개설하기로 했다.

최미리 기획처장은 “무형문화재 기능, 예능보유자만으로 강사진을 구성한 전통 문화예술 강좌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며 “의과학대학생이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적 호기심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강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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