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에너지, 꼭꼭 잡아라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소각장 폐열-주유소 유증기 재활용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에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장중 배럴당 108달러를 돌파했다.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버려지던’ 에너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생활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소각장의 폐열(廢熱)이 대표적.

경제성이 떨어져 그냥 버리는 게 나았으나 고유가 행진에 힘입어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유증기(油蒸氣)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생활쓰레기를 소각시설에서 태우면 고온의 폐열이 나온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신도시 인근 소각장은 폐열을 난방에 이용하게끔 처음부터 설계됐다.》

○ 고유가로 대접 받는 폐열

오래전에 지은 소각장은 폐열회수 시스템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또 주변 아파트 단지, 농가, 비닐하우스, 수영장과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야 한다.

폐열을 사용하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폐열의 가치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방치하는 게 나았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소각장에서 폐열이 100만 원어치 발생했는데 설치·유지비가 150만 원이라면 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가 상승과 기술 발전에 따라 폐열의 가치가 120만 원으로 뛰고 설치·유지비가 100만 원으로 내려가면 경제성이 생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운영 중인 대형 생활쓰레기 소각장 42곳에서 발생하는 열은 연간 552만1278Gcal(기가칼로리·1Gcal는 10억 cal)에 이른다.

이 중 489만1184Gcal(88.6%)를 회수해 사용하는 중이다. 중유로 환산하면 341만7000배럴로 3126억 원어치의 원유 수입 절감 효과가 있다.

○ 가속도 붙는 소각 폐열 에너지화

환경부는 소각 폐열을 적극 활용하면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우선 버려지던 에너지를 난방과 전력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고열을 그냥 방출하지 않으면 대기온도 상승을 줄일 수 있다.

또 열 공급 및 전력 판매에 따른 판매 수익으로 소각장 운영비가 낮아져 결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환경부는 소각 폐열을 회수하지 않게 설계된 소각장 건설을 앞으로 금지해 폐열 활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지자체가 할당량 이상으로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반입수수료와는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폐열회수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했다.

○ 날아가는 휘발유도 잡아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휘발유 주입구(주유건)를 거쳐 대기 중으로 유증기가 증발한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이 보인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기환경규제지역과 국가산업단지 등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 내 주유소에서 1년간 증발되는 유증기의 양은 462만 L가량. 78억 원어치가 넘는다.

날아가는 기름도 아깝지만 유증기 성분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로 호흡기질환과 암, 현기증을 일으킨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유증기 회수 설비를 갖춘 주유소와 그렇지 않은 주유소에서 발생하는 탄화수소가스(THC) 농도를 측정한 결과 80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주유건에서 1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했는데 설치 주유소에서는 5.3ppm이, 설치하지 않은 주유소에서는 432.1ppm의 THC가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유할 때 기름 냄새가 나면 창문을 닫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대기환경규제지역 및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 내 주유소부터 유증기 회수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연간 판매량 3000m³ 이상의 주유소는 6월 말까지, 2000∼3000m³ 규모 주유소는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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