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불탄 지 한 달이 지나가지만 시민의 발길은 여전했다.
화마의 상처를 간직한 숭례문은 역사와 문화를 가벼이 여긴 스스로를 반성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현장이었다.
권승권(38) 씨는 사고 한 달을 하루 앞둔 9일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숭례문을 찾았다. 그는 “타고 남은 목재에서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잿더미가 된 현장을 직접 보여줘 교훈을 남겨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목말 태웠다.
가로 20m, 세로 5m 크기의 투명창 너머로 비와 눈을 막기 위한 임시 덮집 공사와 마지막 잔해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어린이 문화유산 관람 동아리 ‘역사따라 꽃길따라’의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지수(12) 양은 “옛날에 일본 사람도 우리 문화재를 많이 파괴했다고 배웠는데 우리 손으로 우리 문화재를 불태워 버리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직원 정성문(37) 씨는 “많을 때는 하루 800명이 넘게 찾았지만 요즘은 3분의 1로 줄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던 권세건(53) 씨는 “처음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갈수록 찾는 사람이 줄어 관심이 식고 있다는 걸 절감한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는 아직까지 가려지지 않았다.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