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토론해 봅시다]싱글맘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가족제도 변모 인정을 vs 가정의 기능 왜곡 우려

○ 배경

우리나라는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을 당연시하면서 부계 혈통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는 과정에서 핵가족화되어 가고 있으며, 혼인에 대한 관념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더하여 자발적 ‘싱글맘’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이혼과 유산을 겪은 한 연예인이 싱글맘을 선택하였고,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그녀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더욱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차치하고서라도, 아버지 없이 태어나고 키워져야 할 아이의 위치에서 고려되어야 할 ‘행복 추구권’과 천륜의 사랑을 경험하고자 선택한 어미의 ‘행복 추구권’ 사이에서는 간극이 분명 존재한다.

‘싱글맘’은 기존의 ‘미혼모’나 ‘편모’와는 다른 의미다. ‘싱글맘’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의 ‘미혼모’나 이혼 및 사별로 홀로 키우게 되는 ‘편모’와는 달리, 아이를 홀로 낳아 키우는 것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의미가 강하다. 학력과 소득이 높은 독신 여성이 늘어감에 따라 싱글맘 현상도 점차 증가해간다. 싱글맘,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찬성 논거

자발적 싱글맘은 여성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여성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싱글맘으로서의 당당한 삶을 선언하거나 미혼이라도 입양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는 일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경직된 가부장적 질서에 머물러 있었다. 싱글맘은 이를 허물고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양부모 가정이라고 해서 늘 정상적이거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가정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는 태도는 미래지향적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이혼율 상승과 독신의 증가로 전통적인 가정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 입양을 하거나 혹은 정자를 기증받아서 가정을 꾸리는 일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문화 사회와 다가치 사회를 인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반대 논거

가정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또한 부부의 보금자리이자,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최초의 교육장이다. 싱글맘의 등장은 이런 가정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가정의 해체를 가져온다. 결국 건전한 사회인을 양성한다는 가정의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배우자 없이 낳아 기르는 아이’의 문제는 엄마 개인의 의지와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작은 그러했을지라도, 아이 출생 이후의 양육과 교육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싱글맘의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싱글맘들이 우수 유전자를 선택함으로써 계급사회가 더욱 공고화되는, 일종의 디스토피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싱글맘이 되려는 여성들이 정자은행에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정자를 원할 가능성은 엄연히 높다. 결국 좋은 유전자와 그렇지 않은 유전자를 차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 핵심 찌르기

전통적 가정에 관한 담론으로 접근할 경우 싱글맘 현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탈적 행위다. 전통적인 가정은 남녀가 부부를 이루고 자식을 낳아 가족을 구성한다.

하지만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높아졌고, 결혼조차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발적 싱글맘의 등장은 가족제도가 변모하는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 가족 구성 속에는 남녀 불평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한편 현실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만 보자면 싱글맘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회 다양성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지, 우리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싱글맘들은 생활고와 고립감 속에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싱글맘이란 단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힘겨운 현실을 망각하고 어떤 환상과 신화를 심어줄 소지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 논술 쓰기

싱글맘의 문제는 사회가 변동하고 가치관이 새로워지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편부모 가정, 이혼자 가정, 재혼 가정, 독신 가정, 입양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이라는 고정되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자유’ ‘행복’ ‘사랑’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한 가정, 이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느냐는 본질적인 물음과도 관련이 있다. 통념을 깨고 사고를 확장하자. 호주제 철폐와 관련지어 바람직한 가정 윤리를 정립하는 방향도 생각해 보자.

○ 관련 문제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제시문을 활용하여 동성동본 금혼 규정이 불합리한 것임을 밝히시오.

△바람직한 성(姓) 표시 방법에 대하여 서술하시오. [서울대 2008학년도 정시]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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