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검은 비명 가계부 붉은 눈물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 유가 105달러 돌파… 원자재값도 뛰어 경제 휘청

기업

철근 못구해 공사 중단

유화는 수익 줄어 감산

항공사 ‘쥐어짜기 경영’

가계

휘발유값 1L=1687원

라면-빵 등 줄줄이 올라

생활물가 1년새 4.6%↑

《국제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값의 고공(高空) 행진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채산성이 크게 나빠지면서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분의 부담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갈등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계 역시 각종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휘청거리는 산업계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최근 바닥공사에 들어가는 철근이 부족해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2월 t당 48만 원이던 고강도 10mm 철근이 지난해 말 59만 원 선으로 22.9% 올랐고 이달 초에는 75만 원 선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울산에 있는 4개의 벤젠톨루엔자일렌(BTX) 공장 가운데 1곳의 가동을 아예 중단했으며 다른 한 곳은 가동률을 80%대 초반으로 낮췄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마진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시멘트업계는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뛴 데다 주요 수입국인 중국, 호주의 기상이변에 따른 수출과 생산 중단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구업계는 주요 원자재인 섬유판재(MDF) 등의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20∼30%씩 뛰었지만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고민한다. 주방가구 전문 기업인 에넥스 측은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돼 있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대한항공은 3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144억 원 줄어든다며 항공기에 싣는 물의 양을 줄이는 등 내핍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17일부터 스테인리스강 제품 가격을 t당 25만 원 올리기로 했다. 니켈이나 크롬, 고철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영상 취재 : 신원건 기자

○중소기업들의 ‘반란’

고철과 선철 값이 뛰면서 자동차, 선박, 공작기계 등의 주요 부품으로 쓰이는 주물(鑄物)제품 제조 중소업체들이 7일 납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대기업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이날 “전체 500여 회원사 가운데 240여 업체가 오늘부터 9일까지 사흘간 시한부 납품 중단에 들어갔다”며 “대기업이 납품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15일에 또 한 차례 납품을 거부한 뒤 다음 달 1일부터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도 고민이 많다. 납품업체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대기업 역시 납품가격을 올려줄 경우 채산성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생활물가도 급등

밀가루, 팜유, 미강유 등 주요 원료의 국제가격이 급등하자 식품업계는 최근 라면과 주요 스낵류의 희망소매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샤니, 삼립식품 등 제빵업체를 보유한 SPC그룹도 14년 만에 일부 빵 값을 이달 중 100원 올리기로 했다.

3월 첫째 주(3∼7일) 전국의 무연 보통 휘발유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25.15원 오른 1687.87원으로 조사 이래 최고치였다. 경유 가격도 27.52원 오른 1495.67원으로 역시 가장 높았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 특히 휘발유, 파, 자장면 등 생활필수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4.6%나 올랐다.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105.47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5달러를 넘었다.

한국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2.94달러 오른 96.14달러에 거래됐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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