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왕도는 없다,내 방식이 있을뿐”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3분




《논술에 왕도(王道)란 없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공부법이 있을 뿐. 서울대 정시와 고려대 수시전형에 각각 합격한 김현수(19·서울대 사회과학대), 연선모(19·고려대 법학과) 씨.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논술시험을 준비했지만 모두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김 씨가 독서와 시사 상식 쌓기로 논술실력을 연마한 ‘기본기형’이라면, 연 씨는 지원대학의 출제경향에 맞춰 실전을 벌이듯 글을 써보는 ‘실전형’이다. 두 사람의 논술공부법을 살펴보자.》

○ 기본기형

“‘이제 와서 책읽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읽은 책의 절반은 고등학교 때 읽은 것이에요.”

서울대 정시에 합격한 김현수 씨는 꾸준한 책읽기가 논술 고득점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가 다닌 경북 포항영신고의 기숙사엔 TV가 한 대도 없었다. 맘 붙일 곳이 책뿐이라 이틀에 한 권꼴로 책을 읽었다.

고 1, 2학년 때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선생님에게 혼도 났다. 숱하게 책을 읽었지만, ‘논술 대비용으로 읽으면 좋다’고들 하는 이른바 ‘논술 고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애초부터 ‘논술 대비’란 목적을 떠나 그저 좋아하는 소설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10권짜리 장편소설인 ‘태백산맥’도 자율학습 시간에 숨죽여가며 읽었다.

“굳이 어려운 고전을 읽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논술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독서를 하다 보니 제시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게 됐고 배경지식도 많아졌어요.”

김 씨는 신문과 시사 주간지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수업 사이 쉬는 시간마다 신문 2개와 시사주간지를 부지런히 읽었다. 서울대 정시논술 답안을 쓸 때도 신문에서 읽은 사례를 활용했다. ‘다수결 원칙 속에서도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할 방법을 써라’라는 문제였다. 때마침 핵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다룬 기사가 생각났다. 그는 ‘정부 보상금으로 해당 지역의 환경문제와 주민복지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답안을 써냈다.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자기만의 가치관이에요. 배경지식을 무조건 외워 쓰거나, 글에 미사여구를 잔뜩 넣는 식의 잔재주를 부리지 마세요. 책이나 신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세요.”

○ 실전형

고려대 수시 2학기에 합격한 연선모 씨는 대학별 맞춤식 기출문제 풀기로 승부를 본 경우다. 대학마다 매년 논술시험 예시문제를 제시하는데, 실제 출제되는 문제도 이 예시의 문제유형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연 씨는 일단 고려대 예시문제에 나온 문제유형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리고는 해당 문제유형과 유사한 여러 대학의 기출문제를 죽 찾았다. 실제 시험을 치는 기분으로 기출문제를 풀면서 짧은 시간 동안 논술을 준비할 수 있었다.

“고려대 수시논술 예시문제를 살펴보았더니 문제유형이 △요약 문제 △제시문과 관련지어 시나 소설 등을 해석하는 문제 △도표 해석 문제 등 3가지였어요. 그 뒤 각 문제유형에 해당하는 논제들만 찾아 풀어봤어요. 이렇게 연습하니 고려대가 요구하는 답안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알 수 있었고, 실전에서도 문제유형이 눈에 익어 답안을 쉽게 구성할 수 있었어요.”

기출문제를 풀고 나서는 학원 강사로부터 1 대 1로 대면 첨삭을 받았다. 강사로부터 ‘이런 표현은 좋다, 나쁘다’는 설명을 듣거나, ‘다른 학생들은 이렇게 쓰더라’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들었다. 연 씨는 첨삭받은 답안을 여러 번 읽어보며 나름대로 ‘필터링’을 했다. 첨삭받은 내용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은 꼭 기억하지만, 아니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잊어버렸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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