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화폐 - 이자율로 본 조삼모사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은행서 아침에 100만 원 빌려 오후에 갚으면

이자 (100만 원×콜금리 5%÷365일)=137원

중국 고전인 ‘열자’의 ‘황제 편’을 보면 송나라의 저공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기르는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조삼모사)’의 밤을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고, 반대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조사모삼)’의 밤을 주겠다고 하니 모두 엎드려 기뻐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명한 ‘조삼모사’ 우화다. 이 우화는 사람들이 잔꾀로 남을 속이고 어리석게도 잔꾀에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해 볼 여지도 있다.

열자는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조합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조합이 같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같을까? 간단한 예로, 현재의 100만 원과 1년 후의 100만 원의 가치가 같은지 생각해 보자. 이자율이 연 10%라고 할 때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면 1년 후에 110만 원(=100만 원×1.1)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100만 원은 1년 후의 100만 원보다 가치가 크다. 현재의 100만 원이 1년 후의 100만 원보다 가치가 크다면, 현재의 100만 원은 1달 후의 100만 원보다 가치가 크고, 아침의 100만 원은 저녁의 100만 원보다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년 혹은 1개월이라면 모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짧은 기간에 무슨 가치 차이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한 나절이나 하루 정도 돈을 빌리거나 빌려줄 때도 꼭 이자를 주고받는다. 이때의 이자율을 ‘콜금리’라고 한다. 콜금리는 2008년 1월 현재 연 5%다. 그러므로 아침에 100만 원을 빌린 후 오후에 갚는다면, 원금에 이자 137원(100만 원×연 5%/365일=약 137원/일)을 더하여 100만137원을 갚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아침의 4개는 저녁의 4개가, ‘조사모삼’의 조합이 ‘조삼모사’의 조합보다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숭이들이 ‘조삼모사’에는 화를 내고, ‘조사모삼’에는 기뻐한 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공이 ‘조삼모사’를 제안한 것 또한 잔꾀로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자율을 이용하면 현재의 금액을 미래가치로 환산할 수 있고, 또한 미래의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자율을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한다. 사람들은 보통 금리(이자율을 보통 ‘금리’라고 부른다)가 높으면 소비보다는 저금을 많이 하고, 반대로 금리가 낮으면 소비를 많이 하며 빚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인 부동산 가격도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낮은 금리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금리가 낮으면 은행에 돈을 맡겨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그로 인해 금리가 낮을 때는 부동산 가격이 뛰거나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한다. 일본의 예를 보면, 과거 1987년 2월부터 1989년 5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2.5%의 저금리를 보인 적이 있는데 이때 일본의 땅값은 3배나 뛰었다. 1989년 5월 이후에는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여 1990년 8월 30일에는 금리가 6.0%가 되어 무려 140%나 인상됐다. 그 결과로 1년여 만에 땅값이 도쿄 15.1%, 오사카 23.8%, 교토 27.5% 각각 하락했다.

금리는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금리를 적절히 조정해 경기를 조절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여 경기가 좋아지고, 반대로 금리가 높으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여 경기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2006년 6월까지 ‘제로(0%) 금리 정책’을 고수한 적이 있다. 이것은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2007년 10월 현재에도 정책금리를 0.5%로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2000년 10월 5일 5.25%이던 콜금리(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하여 2004년 11월 11일 사상 최저치인 3.25%까지 인하한 적이 있다. 이 역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慊낮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