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서 첫 해외한국사능력시험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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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뿌리 찾는일… 피가 뜨거워져요”

문제 14번. 1937년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한인의 수는?

15일 오후 카자흐스탄 타라즈국립대 412호 강의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유영렬)가 주최한 제1회 해외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40문항 중 하나인 이 문제를 풀던 강지마(20·타라즈국립대 3학년) 씨는 감회가 남달랐다. 그의 조부모는 1937년 연해주에서 농사를 짓다가 타라즈로 강제 이주했던 고려인 2세. 강 씨에게는 정답 ‘17만 명’보다 어릴 적부터 들어 온 조부모의 고난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는 그는 “막연하게 알던 한국사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며 “꼭 핏줄이 내 뿌리인 한국을 알게 되는 일을 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험은 한국어와 러시아어 등 2개 언어로 출제됐다.

이번 시험은 국편이 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타라즈 등 두 도시에서 마련한 첫 해외 시험. 본보가 후원하는 이 시험은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이래 세 차례 치러졌다.

카자흐스탄 시험에는 997명이 신청해 799명이 응시했으며 고려인을 비롯해 카자흐인 우크라이나인 등 한국에 관심 있는 현지인도 많이 참여했다. 국편 장득진 편사기획실장은 “당초 알마티 거주 대학생 200여 명에게만 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반응이 뜨거워 고사장을 늘렸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중고교 수업시간에 한국사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고 변변한 교재도 없는 실정이다. 이번 시험에 앞서 국편은 한 달 전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시험 대비용 책자 ‘한국의 역사’를 나눠 주었다.

고려인 4세인 김나쟈(22·카자흐스탄대 한국어학과4) 씨는 “고대사는 1970, 80년대 옛 소련 시대에 제작된 책이 있지만 근현대사 부분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숙(53) 타라즈국립사범대 한국어과 교수는 “과거에는 고려인들이 고국을 부끄러워했지만 최근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걸맞게 한국사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는 31일 홈페이지(www.historyexam.co.kr)에서 발표되며 성적 우수자 10명은 4박 5일간 한국을 방문하는 혜택을 누린다. 국편은 제2회 해외 한국사능력시험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를 계획이다.

타라즈(카자흐스탄)=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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