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서 에너지 꽃 피운다

  • 입력 2007년 12월 7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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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달 국내 첫 '생활쓰레기 처리시설(MBT)' 입찰을 실시했다.

정부의 시범사업이었는데도, 대우 한화 롯데 한라 등 주요 건설사가 대부분 입찰에 참여해, 공사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사업권은 태영건설-포스코건설-SK건설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MBT는 생활쓰레기에서 불에 타는 폐기물을 골라내 고형연료(RDF)를 만들거나, 음식물 등에서 '바이오가스'를 추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립장과는 다르다.

김정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자원사업팀장은 "고형연료나 바이오가스는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며 "정부가 MBT시설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대기업이 신규 사업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가 '제2의 에너지'로 거듭 나고 있다. '폐기물 에너지 사업'이 고(高)유가와 각종 환경 규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쓰레기의 '부활'

'폐기물 에너지'는 이제까지 소각로나 매립장으로 보내진 가정(생활쓰레기)과 사업장(산업폐기물)의 쓰레기를 석탄, 석유와 같은 에너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생산된 고형연료가 대표적인 폐기물 에너지다. 쓰레기 중에서 가열성을 지닌 플라스틱 목재 등을 '살짝' 가공해 만든 것으로, 발전소 시멘트공장 등에서 연료로 사용된다. 최대 화력(열량)은 무연탄에 맞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병훈 환경부 자원순환국 사무관은 "고형연료 생산시설인 MBT를 현재 하루 80 t 규모에서 2012년까지 1200 t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며 "이렇게 되면 연간 최대 15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선 우리보다 앞서 MBT의 활용빈도가 확산되는 추세다. 1999년 유럽연합(EU)이 '매립 지침'을 통해 가연성 물질의 매립을 억제한 뒤 EU의 고형연료 생산량은 2000년 138만 t에서 2005년 1300만 t로 급증했다.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폐열(廢熱)로 전력이나 온수를 판매하는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용현 코오롱건설 이사는 "전국 생활폐기물 소각장의 외부 판매 '전력과 열 공급액'이 2001년 약 77억 원에서 지난해 약 600억 원으로 늘었다"며 "이전에는 생산원가에 비해 전력값이 싸 폐기처분되던 스팀(폐열)의 활용가치가 고유가로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 "쓰레기가 돈이다"

국내 기업들도 쓰레기처리시설, 수(水)처리시설 등 환경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실제 환경부는 올해 수도권매립지에 첫 MBT를 착공한 데 이어 2012년까지 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영건설 측은 "국내 주택건설 부문은 포화상태이지만 환경시장은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기대했다.

포스코도 지난달 부산의 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에 진출했다.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약 4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스코 측은 "부산시로부터 연간 200억 원 규모의 생활쓰레기 처리비용을 받고, 발전 설비로 연간 약 17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국제 환경규제도 기업들의 폐기물 에너지 사업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들은 환경사업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울산 남구 성암매립장에 온실가스의 하나인 메탄(CH) 회수시설을 가동하고, 연간 4만~5만 t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부산의 쓰레기처리시설 사업으로 연간 약 12만5000 t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확보하게 됐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런던협약에 따라 내년 8월부터 2011년까지 하수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유기성 오니(지꺼기)를 인근 해양에 버릴 수 없게 된다.

이용현 코오롱건설 이사는 "많은 지자체가 유기성 오니로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설 교체 사업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훈 사무관은 "지금은 고형연료를 생산해도 '쓰레기'에 대한 선입견으로 수요가 없는 편"이라며 "'폐기물 에너지의 질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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