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과학자 31명,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것이 있다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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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오헌석 교수팀, 성장단계별 공통점 분석

“중학교 시절부터 학습욕구 폭발적 증가

능력-적성 고려한 맞춤형수업 개발해야”

책을 많이 읽는 학구적 가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 유명 과학자를 만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뛰어난 과학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 교육학과 오헌석 교수 연구팀이 국내 대표적인 과학자 31명의 공통점을 분석한 ‘과학 인재의 전문성 개발 과정에서의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1987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한국과학상, 젊은 과학자상 등을 수상한 과학자와 각종 기관에서 선정한 대표 과학자들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이들 과학자의 전공은 생물 및 생명과학(10명), 수학(6명), 물리학(8명), 화학(3명), 지구과학(4명) 등으로 26명은 대학교수이고 5명은 연구소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연구팀은 국내 처음으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들의 공통된 특성을 성장 단계별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 과학자 31명
이름소속전공
강석진서울대수학
고계원아주대수학
김규원서울대생명과학
김기현세종대대기환경학
김명수서울대화학
김빛내리서울대생명과학
김선영서울대분자유전학
김예동극지연구소지구물리학
김은준한국과학기술원신경과학
김진의서울대물리학
박동수서울시립대물리학
백경희고려대식물분자생물학
안경원서울대물리학
오세정서울대물리학
유경화연세대물리학
유룡한국과학기술원화학
유향숙한국생명공학원유전학
이기명고등과학원물리학
이성익포스텍물리학
이수형연세대물리학
이영숙포스텍식물학
이형목서울대천문학
이혜숙이화여대수학
이효숙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과학
이효철한국과학기술원화학
조윤제포스텍분자생물학
채동호성균관대수학
최영주포스텍수학
최의주고려대분자생물학
최재천이화여대행동생물학
황준묵고등과학원수학

○ 70% 이상, ‘책 많이 읽는 가정’ 출신

연구팀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인 ‘탐색기’, 대학시절인 ‘입문기’, 석박사 과정과 박사 후 과정인 ‘성장기’, 신임 교수 또는 연구원 시절인 ‘주도기’ 등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나타나는 과학자들의 공통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탐색기에서는 조사 대상 과학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강점’이 발견됐다.

또 ‘책을 많이 읽는 학구적인 가정환경’과 ‘과학자와의 의미 있는 만남 경험’이 있었다고 답한 과학자가 각각 70%와 80% 이상이었다.

입문기에서는 90% 이상의 과학자에게서 ‘독립적인 성격 특성’이 발견됐다. 자신의 미래 계획을 혼자 세우는 건 물론 잘 알려져 있거나 남들이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 분야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특성이 관찰된 것이다.

또 성장기에서는 약 90%의 과학자에게서 ‘과제 집착력’과 ‘몰입’의 경험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평생 연구주제를 이 시기에 발견했다고 답한 과학자도 90% 이상이었다.

과학자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는 주도기에서는 ‘우선순위 정하기 능력’(60%), ‘의사소통 능력’(50%), ‘창조적 연구 성과에 대한 사명감’(100%) 등의 성향이 주로 관찰됐다.

○ 학생 수준 따라 맞춤형 교육해야

연구팀은 미래의 고급 과학인력 양성을 위해선 ‘창의적 과학교육’과 ‘인문학적 소양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 인재들은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때부터 과학에 대한 학습 욕구와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학교 때부터 특화된 과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영재교육도 중요하지만 일반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획일적이고 평준화된 과학교육과 수학교육도 바꿔야 한다”며 “적어도 과학과 수학에선 학생 간에 능력과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사 대상 과학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문학, 예술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즐겼고 이런 경험이 과학을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며 “읽기와 쓰기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과학과 관련된 관심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학의 대중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조사 대상 과학자 중 많은 수가 중고교 시절 우연히 유명 과학자의 강연을 통해 진로를 정했다”며 “단순 강연 같은 ‘우연한 기회’가 아닌 체계적으로 과학과 과학자를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 교수는 “전국에 각각 3개와 17개뿐인 종합과학관과 교육과학관을 대대적으로 증설하고 과학자와의 만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 모두 연구에 필요한 지원을 비교적 만족스럽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과학자는 현재의 과학자 평가체계가 창의적이고 질 높은 연구를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평가체계와 관련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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