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북한산 음식점들 ‘하산’한다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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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0년째인 올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성계곡과 송추계곡 일대 음식점 100여 곳을 철거하는 등 북한산 등산로를 쾌적하게 정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0년째인 올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성계곡과 송추계곡 일대 음식점 100여 곳을 철거하는 등 북한산 등산로를 쾌적하게 정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주말 하루 평균 3만5000여 명이 찾는 북한산. 서울 도심과 경기 고양시, 양주시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수도권에서 등산객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은 산이다. 특히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북한산성 탐방로와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송추계곡은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때문에 인기 등산로로 꼽힌다.

등산객들은 파전, 두부, 묵 등을 파는 계곡 주변 음식점에 들러 허기를 채운다. 하지만 이 음식점들이 자연환경을 훼손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성계곡과 송추계곡의 음식점들을 철거해 북한산의 자연환경을 정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계곡에 들어찬 음식점 내년부터 철거

북한산관리사무소는 23일 북한산성 계곡 2km 구간에 자리 잡은 음식점 55개를 산 입구의 주차장 주변 3만2000여 m²의 터로 모두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전 대상지 땅을 거의 다 사들였으며 내년부터는 음식점들에 보상을 해 준 뒤 곧바로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산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정비 사업이 끝나면 음식점들의 계곡 무단 점유, 생활 오폐수 방류 등의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들은 이전 대상 용지를 분양받아 새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이에 대한 등산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북한산의 정취가 제대로 살아나게 돼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등산이 끝난 뒤 막걸리와 간단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음식점은 대부분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87년 이전부터 터를 잡고 영업을 해 왔다.

매주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 이광진(49) 씨는 “불법이긴 하지만 수십 년간 북한산에 있던 식당들을 내몰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업주들 반발도 만만찮아

북한산성 계곡 상가번영회 이남해 회장은 “나라가 정한 정책을 따라야 하겠지만 북한산에서 평생을 살면서 음식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새 자리로 옮기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음식점 주인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음식점 주인들은 산 아래 쪽에 건물을 새로 짓는 비용과 함께 음식점 부근에 일궈 놓은 밭 등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매수해야 철거에 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단 측이 북한산성 계곡과 함께 정비를 추진 중인 송추계곡 일대 50여 개 음식점 상인 중 일부는 음식점 철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송추계곡 정비는 북한산성 계곡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송추계곡 음식점들도 등산로 입구의 주차장 일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송추계곡의 한 상인은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영업을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철거하라는 것은 엄연한 생존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손해가 없도록 최대한의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한강 매점은 산뜻한 카페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 시민공원의 낡은 매점 38곳을 연말까지 모두 철거한 뒤 현대식 카페와 매점을 신설한다고 23일 밝혔다.

광나루 양화 망원 이촌 잠원 강서 잠실 등 한강시민공원 7곳에 설치돼 있는 매점이 철거 대상이며 매점 주인들과의 임대계약은 올 12월 31일까지 단계적으로 끝난다.

서울시는 철거되는 매점을 대신해 새로 ‘카페형 매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카페형 매점은 여름철 홍수 때에도 물에 잠기거나 유실되지 않도록 물에 뜨는 구조물로 만들 계획이다.

한강사업본부는 또 60m² 크기의 고급 카페 2곳, 45m² 크기의 일반 카페 3곳, 15m² 크기의 이동형 매점 9곳 등만 설치해 전체적으로 매점 수를 줄인다고 밝혔다.

새 카페와 매점을 운영할 업체로는 ㈜코리아세븐과 ㈜한강사업본부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한강사업본부는 이 컨소시엄과 조만간 사업 계약을 한 뒤 실시 설계를 거쳐 내년 1월(보통 매점)과 3월(카페형 매점)에 각각 새 매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초까지 한강공원에는 모두 112개의 매점이 있었으나 이 중 스낵카, 보훈매점 등 25곳은 점용 허가기간이 끝난 7월 말에 철거됐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1단계 특화지구인 여의도 뚝섬 반포 난지 지구의 매점 49곳은 내년 이후 철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카페가 들어서면 한강변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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