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하고 싶은 걸 시켜라 ‘최고’라고 칭찬해라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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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新천재’ 키운 세 어머니의 노하우

《네 살이 돼도 말을 못해 자폐아가 아닐까 걱정됐던 남예슬(16·민족사관고 1학년) 양은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정보기술(IT) 분야 영재로 민족사관고에서 ‘한국의 빌 게이츠’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최연소로 당선된 홍지현(19·성균관대 약학과 1년) 씨는 16세 때까지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 특별수업을 받은 수학 영재였다.

수학은 이과, 언어는 문과라는 통념을 깨뜨린 그는 요즘 연극과 전공인 약학에 빠져 있다.

5월 동아무용콩쿠르 발레 부문 금상 수상자인 이동훈(21·세종대 무용과 3년) 씨는 힙합 바지를 입고 거리에서 춤을 추던 비보이 출신이다.

개인 레슨 한번 안 받았지만 고교 시절 10여 개의 국내 콩쿠르를 휩쓸었다.》

공부뿐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끼를 무기로 키워 낸 21세기형 신(新)천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남예슬 양의 어머니 장무경(43), 홍지현 씨의 어머니 전수정(48), 이동훈 씨의 어머니 임순자(48) 씨를 통해 ‘자식 농사법’을 들었다.

○아이의 개성을 파악해라

세 어머니는 아이의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현이가 네 살 때 30분간 종아리를 때리며 혼냈는데 절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때 얘는 강요하면 안 되는 아이라는 것을 깨닫고 미술 피아노 등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습니다.”

지현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학자 페르마의 전기를 읽다가 수학에 푹 빠져 수학 관련 책만 집중적으로 읽었다. 중학교 때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해 수학자가 될 줄 알았는데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혼자 공부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동훈 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공부도 곧잘 하는 모범생이었는데 2학년 때부터 비보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더니 중 3때는 춤으로 진로를 정했다.

“남자가 춤을 춰 뭐하나 하고 걱정했어요. 직장을 휴직하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젠 후원자가 됐습니다.”

반면 예슬 양은 예능, 수학, IT 등과 관련된 학원 수강 등 기회만 마련해 주면 꾸준히 하는 편이어서 학원이나 책도 본인이 선택하도록 했다.

장 씨는 “IT 분야의 재능을 살리게 된 것은 초등 3학년 때 오빠를 따라 워드프로세서 시험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칭찬과 자극이 잠재력을 키워 줬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 세 어머니의 공통된 이야기다.

장 씨는 수학 문제집이 너무 쉽거나 어려우면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약간 어려운 책을 선택해 아이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예슬 양은 초등 4학년 때부터 중학 2학년 때까지 부산시교육청 정보영재교육원과 부산대 수학영재반에 다녔다. 민사고 대비 학원에 다니지 앉았지만 평소 IT는 물론 수학과 물리에 대한 책을 꾸준하게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초등 3학년 때 처음 접한 영어는 매주 영화 CD를 활용했다. 처음에는 한글 자막이 있는 것으로 내용을 파악한 뒤 다시 영어 자막으로 보게 했다. 예슬이가 특히 좋아한 ‘뮬란’은 영어대사를 90% 이상 외웠고 가족들이 영어로 역할극을 하기도 했다.

지현 씨의 문학적 재능은 초등 1년 때 동화 ‘우산의 불평’을 쓰면서 드러났다. 주인공 이름과 상황만 조금 바꾼 ‘표절 작품’이지만 어머니 전 씨는 ‘노벨문학상감’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해 줬다.

“일기 쓸 때 맞춤법을 잡아준 적이 없습니다. 학년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배우는데 자칫 자유로운 글쓰기를 방해할 수 있거든요.”

동훈 씨의 어머니는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없었지만 음악적 감각을 키워 주려고 노력했다.

“집이나 시댁에서 작은 오락회를 자주 열었습니다. 기타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경우가 많았죠.”

○집은 재미있고 즐거운 곳

어머니들은 자녀의 재능은 ‘보이지 않는 가정의 힘’에서 꽃을 피운다고 강조했다. 공부 잔소리보다는 집은 즐겁고 재미있는 곳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임 씨는 “바쁜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침식사 시간에라도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네가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같은 말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훼손시킨다”며 “고민은 많았지만 아이 문제로 부부가 다투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씨는 “예슬이가 민사고에 진학하면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 걱정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21세기형 영재들의 사연을 연재한 본보의 ‘신천재론’ 시리즈가 ‘IQ보다 재능이다-21세기 신천재론’(동아일보사)이란 자녀교육서로 최근 출간됐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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