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대중문화는 누구의 것인가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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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이때의 문화란 대부분 예술적인 것, 교양 있고 멋있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문화가 꽃을 피웠다’고 할 때 우리는 예술이나 문학 등과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에서 성공적이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또한, 교양인들이 가지는 교양이나 예절을 뜻할 때도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문화인이 되자’, ‘문화 민족이 되자’고 주장하는 말 속에도 문화는 개화되고 발전적인 그리고 교양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TIP] 넓은 의미의 문화는 인간 생활양식의 총체를 말한다. 그러나 문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일상적인 것과 대비되는 세련된 것만을 뜻했다. 시 음악 오페라 연극과 같은 고급 예술만이 문화의 영역에 포함됐기 때문에, 문화란 대부분 그 사회 상류층만을 위한 것이었다.

대중문화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지식과 예술을 의미한다. 대중 매체는 그 성격상 어떤 특정한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성별, 연령, 계층, 직업에 구별 없이 모든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대중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대중문화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고급문화, 지식층의 문화나 정교한 예술과는 다르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TIP] 인간은 누구나 예술 작품을 통해 자기 삶을 고양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이 ‘모나리자’와 같은 명화를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모나리자’의 싸구려 복제품을 부엌에 걸 수 있을 뿐이다.

산업사회가 도래하고 매스미디어가 발달하자, 복제 명화와 같은 문화상품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대중문화 산업이 확장되고, 대중문화의 수용자 층도 두꺼워지면서, 문화의 중심이 대중으로 옮아간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돈을 대 주는 제작자나 흥행을 보장하는 대스타 배우에게 휘둘리면 장르 영화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상업 영화밖에 만들 수 없다. 훌륭한 영화는 대개 감독이 자기 나름의 작가 의식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다. 이때 감독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영화적 장치 즉, 자주 반복되는 영상이나 색채, 음악이나 음향 효과, 상징물, 특유의 시점 등을 사용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나타낸다.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TIP]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는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대중의 인기를 얻고 성공하지만, 작품성이 좋은 영화라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영화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문화 권력은 대중에게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중이 문화 권력을 소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대중은 문화를 소비할 뿐이고, 오늘날 대부분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주체는 상업자본이기 때문이다. 생산이 없으면 소비할 수 없다. 거대 미디어 자본은 소비자의 문화적 삶을 고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대중문화가 말 그대로 대중의 것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대중문화에 대한 또 하나의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평론가 집단이다. 이들은 대중문화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학벌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화 엘리트’로 볼 수 있는 이들은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는 문화 컨텐츠에 대한 평가가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 매체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평론가의 영향력이 한층 강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요즘에는 평론가만큼이나 일반 대중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대중이 자신의 문화 권력을 되찾을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말 그대로 대중의 것이 되어야 바람직하다. 어떤 영화가 대중에게 삶의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중에게는 가장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

김대연 최강학원 통합언어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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