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대통령 후보 검증’ 관전법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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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이 되어야겠습니까?”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비슷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대답은 아주 달라진다. 사람들은 대통령감을 찾으라는 질문에는 후보자들의 장점을 보고 비교를 한다. 반면, 대통령의 자질이 없는 이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후보자들의 단점에 눈길을 돌리기 쉽다. 물음을 던지는 방향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대통령감은 바뀌기 마련이다. 대화 전문가 사이토 다카시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검증이 한창이다. 검증은 기본적으로 누가 흠집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다. 그러니 ‘흠 없고 안전한 후보’가 주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결점 없는 사람이 꼭 능력 있는 인물은 아니다. 처칠은 지독한 우울증 환자에다가 말더듬이였고,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전 세계의 조롱을 받았다. 그럼에도 처칠은 영국에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안긴 총리로 존경받고 있다. 클린턴 역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아예 무능하면 결점이 잘 들어나지 않는다. 일을 해 보지 않았으니 잘못을 저지를 기회조차 없었던 탓이다. 더구나 정치가의 도덕성을 너무 앞세워도 문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자의 힘과 여우의 간교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정치가에는 도덕교과서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실수와 잘못은 때로 훈장이 되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펀드 매니저가 투자를 잘못하여 수백만 달러를 잃었단다. 마땅히 직장에서 쫓겨날 줄 알았던 그에게 사장은 의외의 위로를 던진다. “무슨 말인가! 자네는 수백만 달러짜리 수업을 받은 셈이네. 이제 그 지혜를 살릴 때가 왔는데 직장을 그만 두다니, 당치 않네!”

잘못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뒤에 이를 어떻게 이겨냈는지가 중요하다. 실수와 상처 자체에만 주목한다면 후보자들의 논쟁은 ‘거짓말하기 경기’로 바뀌어 버린다. 거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를 정도 인물이라면 이미 국가대사(國家大事)를 여럿 벌여 본 큰사람들일 터다. 후보들이 그간 쌓은 업적으로 볼 때, 장학회 운영이나 위장전입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게 큰 상처가 될까? 잘못 자체를 들쑤시기 보다는,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수습하는 모양새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후보 검증은 흠집 내기 경기가 아닌, 적임자를 추려 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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