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같은 1등급도 수능선 1~7등급 벌어져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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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대입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을 50%가량 반영하도록 요구하자 현행 내신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또 이번 조치가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와 교육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50일 정도 앞두고 또 입시제도를 바꾸느냐”, “우리가 실험용 쥐냐”는 등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내신 무엇이 문제인가=교육부는 수능 9등급제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마련하면서 내신에도 9등급 상대평가제를 도입했다.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등 비율에 맞춰 성적을 매기면 성적 부풀리기를 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내신 등급제는 치열한 점수 경쟁으로 인한 학습 부담 가중, 한 번이라도 시험을 망친 학생들의 자포자기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안이 발표되자 2005년 고교 1학년이던 현재 고교 3년 수험생들은 “수능, 내신, 논술고사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내몰리고 있다”며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행 내신 제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9등급제는 특정 고교의 석차 수준만을 알려 준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성적을 9개 토막으로 나눴을 때 어느 토막에 해당되는지만을 알려 준다.

둘째, 일반고 실업고 등 2200개나 되는 전국 고교의 학력이 모두 같다고 전제하고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 집단인 특수목적고의 1등급과 일반 고교, 비평준화 우수고와 평준화 일반 고교의 1등급을 똑같이 취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들은 내신이 좋아도 수능 성적이 나쁜 수험생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웨이에듀가 2007학년도 대입 수험생 1만6000명의 내신과 수능 등급을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문계 수험생의 내신 평균 1등급 학생의 수능 점수가 최고 1.4등급∼최저 7.5등급이고 평균은 3.5등급이라는 점은 이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출신인 곽병선 경인여대 학장은 “모든 고교가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것은 현실 기만에 해당되는 작위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지방의 A고교 3학년생 최모(18) 양은 “모의수능에서 400점을 받아도 우리 학교에선 전교 50등 안에 들기 힘든데 인근 학교에선 전교 3등이다”고 말했다. 한 수험생은 교육부 게시판에 “돼지고기 1등급과 쇠고기 1등급이 똑같을 수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서울 B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내신 반영비율을 높인다면 특목고는 반대하고 일반고 학생이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반고에서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대부분 학생이 내신 경쟁에 염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내신이 전형 좌우”=교육부는 15일 “학교 간 학력 차로 내신의 불이익을 받는 학생은 수능 성적과 대학별 고사로 보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등급별로 점수 차를 둬 보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면 이 같은 보정 기능도 약해지고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커진다. 수시모집에선 내신, 정시모집에선 수능을 위주로 전형했지만 정시에서도 사실상 내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들이 “교육부가 전형 다양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획일적인 전형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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