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금배지 46명 → 122명… 기소의원 240명 분석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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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뇌물죄 대세… 선거법-정자법 위반 늘어

검찰 잣대 엄격해져 후원금도 대가성 따져


선거법 위반 YS때 14명 → 현정부 63명 급증

의원직 상실 35명… 현정부 들어서만 18명

여야 소속별 기소 국회의원 분포
기소 시기여야 구분
여당야당
김영삼 정부2719
김대중 정부 3537
노무현 정부7646

국회의원의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잣대가 과거에 비해 훨씬 엄격해졌다.

과거에는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던 국회의원의 공식 후원금이나 의정활동 과정에서 빚어진 명예훼손 행위까지 이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기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국회의원직 상실한 의원 수
김영삼 정부9명 (뇌물 관련 범죄 6명, 선거법 위반1명, 기타 범죄 2명)
김대중 정부8명 (선거법 위반 8명)
노무현 정부18명 (선거법 위반 11명, 정치자금법 위반 4명, 뇌물 관련 범죄 1명, 기타 범죄 2명)

현 정부 들어 재판에 회부된 국회의원이 무려 122명에 이른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본보 법조팀과 디지털뉴스팀이 1993년 이후 지금까지 기소된 국회의원 240명의 범죄 혐의와 재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과거 뇌물죄 위주였던 국회의원 범죄 혐의가 이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쪽으로 이동하면서 훨씬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늘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다’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로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엄한 잣대, 다양한 혐의=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장동익(59) 전 대한의사협회장에게서 1000만 원씩을 받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김병호 의원을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의원은 “정상적으로 받은 공식 후원금이며 영수증 처리도 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기소했다. 국회의원이 후원회 계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받은 정치자금에 대해서까지 대가성을 따져 수사와 기소를 하는 일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여기에는 검찰 수뇌부의 정치권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제는 합법적 명목이라도 실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돈이라면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본보 조사 결과 1993년 이후 기소돼 법정에 선 국회의원은 모두 24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삼(YS) 정부 때에는 기소된 국회의원 46명 중 뇌물사범이 20명(43.5%)으로 가장 많았고 선거법 위반사범 14명(30.4%), 정치자금법 위반사범 1명 등의 순이었다.

김대중(DJ) 정부 때는 전체 72명 중 뇌물사범이 14명(19.4%)으로 줄어든 대신 선거사범이 40명(56.3%)으로 가장 많았다. 정치자금법 위반사범도 9명(12.7%)으로 늘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전체 122명 중 선거법 위반사범이 절반이 넘는 63명(51.6%)이나 됐고 정치자금법 위반사범도 32명(25.6%)으로 뇌물사범(18명·14.4%)을 크게 앞질렀다.

최근 검찰이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불법 감청 테이프에 담겨 있던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같은 당 이영순 의원을 의정 활동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전산망을 해킹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로 기소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변호사 시절 단국대 법무실장을 하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던 법률사무소 명의로 단국대 용지 매입을 추진하던 상대 업체와 법률자문 계약을 하고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정치인 관련 범죄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하게 처리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며 “일본처럼 공직자가 공짜 여행이나 선물을 받은 것까지도 모두 뇌물죄로 기소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의원직 상실도 증가=법원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형이 확정돼 ‘금배지’를 잃은 의원은 13년 동안 모두 35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YS 정부 때에는 한보 비리 사건(4명) 등으로 9명이 의원직을 잃었다.

DJ 정부 때에는 선거법 위반만으로 모두 8명이 의원직을 잃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금까지 18명이 의원직을 잃었고 이 중 11명이 총선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검찰이 13년간 기소한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은 전체적으로 여당 의원이 다소 많았다.

YS 정부 때는 여당 의원이 27명이었고 야당 의원은 19명이었다. 반면 DJ 정부 때는 여당 35명, 야당 37명으로 야당 의원이 다소 많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여파로 여당 의원이 76명으로 야당 의원(46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 수사도 지방분권화?=과거 정치인 수사는 권력 비리 수사의 첨병 격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YS 정부 시절 기소한 국회의원 46명 중 절반이 넘는 31명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당시 서울지검)에서 이뤄졌다. 지방검찰청에서 기소한 국회의원은 15명에 그쳤다.

DJ 정부 때도 72명 중 33명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에서 12명을 기소했다. 지방검찰청에서 기소한 의원은 15명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앙과 지방 간 비율은 현 정부 들어 역전됐다. 2003년 이후 기소된 국회의원 122명 중 절반이 넘는 73명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지방검찰청에서 이뤄졌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한 의원은 45명이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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