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뛰자 기름도둑 날뛴다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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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울산 남구 여천동 여천천 둔치에 매설된 송유관에 기름절도단이 구멍을 내는 바람에 기름이 유출되자 인부들이 동원돼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5일 울산 남구 여천동 여천천 둔치에 매설된 송유관에 기름절도단이 구멍을 내는 바람에 기름이 유출되자 인부들이 동원돼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울산서 송유관 뚫려 하천 오염… 절도단 소행 추정

올 들어서만 13건… 송유관 낡아 유출확인 어려워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빼내는 사건이 최근 자주 발생해 대한송유관공사와 정유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송유관 관리 시스템으로는 기름 도둑을 잡기가 쉽지 않다. 도둑이 송유관을 뚫는 즉시 회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잦은 송유관 절도 사건=25일 오전 1시경 울산 남구 여천교 옆에 설치된 울산∼대구의 지름 30cm 대형 송유관에 지름 1.5cm가량의 구멍이 나 1시간가량 경유 수백 L가 유출되면서 하천을 크게 오염시켰다.

경찰은 구멍이 난 송유관 옆에 드릴과 스패너 곡괭이 등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적어도 2, 3명의 기름 절도단이 송유관에 구멍을 내는 순간 고압으로 이동하는 기름이 갑자기 솟구치자 겁을 먹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이날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등)로 김모(35·무직) 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정모(36·주유업자) 씨 등 2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 등 6명은 4일 오후 11시경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식당 뒤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유압 호스로 2만∼3만 L의 휘발유를 빼내는 등 지금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경산과 김천, 칠곡 일대에서 모두 150만 L(시가 23억 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2003년 한 건도 없던 송유관 기름 절도 사건이 2005년 3건, 지난해에는 15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 25일 현재까지 13건에 이른다.

▽송유관 체계=현재 전국에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관리하는 1081km를 비롯해 울산∼대구 구간의 SK 송유관(YKP)과 미군 송유관(TKP·경기 성남∼평택) 등 총연장 1300km의 송유관이 있다.

대부분 지하 1.5∼2m 깊이로 매설돼 있으나 교량 구간은 외부에 드러나 있다.

지름 30cm인 이들 송유관 가운데 김포와 인천공항 방면으로 매설된 항공유 전용 수송관을 제외하고는 가솔린과 경유 항공유 등유 등 4종류의 기름이 울산과 전남 여수, 인천 등지의 정유회사에서 각 지역 저유소로 송출되고 있다. 송유관 내부의 압력은 m²당 50kg으로 엄청난 고압이며 하루 10∼12시간씩 송출되고 있다.

▽기름 절도에 속수무책=SK 송유관은 1969년 매설되는 등 전국의 송유관 대부분이 매설된 지 30년 이상 됐다. 또 이들 송유관에는 기름 유출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정유회사와 대한송유관공사는 전담 순찰팀을 구성해 송유관을 살피고 있지만 절도범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SK 울산공장 관계자는 “송유관 내부의 압력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일단 절도범에 의한 송유관 파손으로 의심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파손됐는지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기름 절도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려 해도 엄청난 시설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원시적인’ 절도 사건은 대부분 신고에 의해 적발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와 정유회사는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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