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탈영병이 휴가 중 살인…국가 배상"

  • 입력 2007년 3월 12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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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남편을 살해한 탈영병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A씨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3억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범죄를 저지른 형사피의자의 소재를 알고도 방치한 경찰관들, 입대 전 지명수배 사실을 알고도 휴가를 보낸 지휘관의 의무 위반과 범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가해자인 천모씨는 2000년 6월 동거녀로부터 강도ㆍ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뒤 같은 해 9월 강도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천씨는 지명수배 사흘 전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뒤 오후 군에 입대했다.

인천 모 경찰서는 천씨의 입대를 뒤늦게 알고 해당 부대 중대장에게 수배 사실을 통보했지만 중대장은 `경찰이 사건을 이첩하기 전까지는 당사자에게 알리지 말라'는 헌병대 수사관의 조언을 듣고 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천씨는 2000년 12월 중순 자대 배치를 받았고 배치된 부대의 중대장도 군 수사기관이나 상급자와 상의 없이 천씨에게 `강도 혐의로 수배됐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라'고만 말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대장은 아예 천씨가 휴가 미복귀로 탈영할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듬해 1월 천씨에게 4박5일의 신병 위로휴가를 허가했으며 천씨는 휴가를 나왔다가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20여 일 동안 전국을 돌며 A씨의 남편을 살해하는 등 2차례의 살인과 성폭행, 4차례의 강도 행각 등 갖은 범죄를 저지르다 체포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ㆍ상고 끝에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대법원은 1993년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됐다면 의무 위반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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