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교 ‘콩나물 교실’… 목동外 고교 배정 40%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코멘트
9일 서울 양천구 목6동 영도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목동 지역은 해마다 학교별로 5, 6학년생이 100여 명이나 전학을 오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 수가 48명이나 된다. 김재명 기자
9일 서울 양천구 목6동 영도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목동 지역은 해마다 학교별로 5, 6학년생이 100여 명이나 전학을 오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 수가 48명이나 된다. 김재명 기자
《9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6동 신목중 3학년 1반 교실. 책상 48개가 빼곡히 들어차 사물함도 놓을 곳이 없는 교실로 3학년생들이 하나 둘씩 등교했다. 하루 전 졸업식을 치른 학생들은 이날 자신이 진학하게 될 후기 인문계 고교의 배정통지표를 받기로 해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갑자기 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학생은 “집 앞 학교가 아닌 들어본 적도 없는 학교로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집에서 30분이 넘게 걸리는 학교로 가게 됐다.》

▽고교 배정 항의 빗발=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민원실에는 학부모 20여 명이 찾아와 배정 결과에 항의하느라 종일 어수선했다.

한 학부모는 “집이 목동 4단지인데 아이가 강서구 등촌동 영일고로 배정받았다. 차를 갈아타고 등교해야 하는데 어떡하느냐”며 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새로운 ‘교육 특구’ 목동의 엇갈린 두 모습이다. 목동 지역은 사교육 여건이 좋고 특수목적고에 진학하는 중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초중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이 고교에 진학할 즈음에는 많은 학생이 아파트 단지 밖의 고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파트 단지의 중학교는 남학교인 양정중과 남녀 공학인 신목 목일 목동 월촌중 등 5개교다. 그러나 고교는 남자 학교인 양정고와 여자 학교인 진명여고 목동고, 남녀 공학인 한가람 신목고가 있다.

올해 목동 아파트 단지의 5개 중학교 졸업생 3040명 가운데 다른 지역의 고교에 배정된 학생은 1211명(39.8%)이나 됐다. 신목중을 졸업한 서모(15) 군은 “목동 2단지에 사는데 아래층 친구는 가까운 양정고로 배정됐고 나는 먼 영일고로 가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열악한 학교 환경=목동으로 이사 오는 초중학생이 늘면서 초중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 등이 서울 최고 수준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반적으로 초중학생이 줄고 있지만 양천구는 서울 시내에서 7년간 증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 현재 양천구의 초등생은 3만9420명으로 1999년 3만7646명보다 4.71% 늘었다. 중학생도 1999년 2만5563명에서 2만8506명으로 11.5% 늘어 시내에서 가장 높다. 이렇다 보니 이 지역 5개 중학교는 학년당 16∼18학급이나 되고 학급당 학생도 47명으로 서울 지역 전체 평균 35.9명에 비해 11명가량 많은 편이다.

영도초등 손영계 5학년 부장은 “목동 지역 중학교에 가기 위해 5, 6학년으로 전입하는 학생이 해마다 100여 명이나 된다”며 “학생이 많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목동 지역 학생이 늘면서 인근 강서구의 학교들은 학생 및 학급 수 감소로 학교운영비 배정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이다. 학생 1인당 학교운영비가 24만 원이므로 100명만 줄어도 예산이 2400만 원이나 깎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더 큰 문제=원하는 고교를 지망할 수 있는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이 적용되는 2010년에는 고교 배정을 둘러싸고 더 큰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목동 지역 학생이 양천구의 목동 이외 지역이나 강서구로 배정받을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학교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집중 지원하겠다”며 “학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은 오히려 교육 여건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