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도마오른 공정위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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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가기 전에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시간이 빨리 가기만 바란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올해 공정위는 자칭 ‘경제 검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지 않은 정책 오류를 범했다. 여기에 제이유그룹 로비 사건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겹쳐 부처 이미지와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 도덕성 치명타

공정위는 제이유그룹 로비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의 전직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족이 제이유그룹과 관련돼 수사를 받은 이재순 전 대통령사정비서관이 근무했던 대통령민정수석실에 공정위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제이유그룹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YMCA가 19일 “공정위의 직무 유기와 행정 태만으로 제이유 사태가 극대화됐다”며 공정위를 서울동부지검에 수사 의뢰하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또 지난달에는 공정위 직원 7명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다 상품권 700만 원어치와 식사 대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잇따른 ‘정책 헛발질’

공정위는 대기업집단(그룹) 출자총액제한제도 논란에서도 상당한 내상(內傷)을 입었다.

공정위는 올해 초만 해도 출총제 폐지를 공언했다. 그러나 돌연 출총제를 부분적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그룹 내 계열사 간의 환상(環狀)형 순환출자도 막겠다고 밝혀 재계의 반발을 샀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기업들의 투자를 더는 어렵게 하면 안 된다”며 공정위를 비판했다.

결국 공정위는 한발 물러서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그룹의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출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8월에는 신문시장의 경품 및 무가지(無價紙) 관행을 없애겠다는 명분 아래 친여(親與) 성향의 시민단체를 등에 업고 ‘100만인 서명운동’ 등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가 여론과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의 거센 비판에 대부분의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 밖에 12월 한 달간 상금과 부상을 내걸고 경품 및 무가지에 관한 독자들의 경험담을 적은 수기(手記) 공모를 강행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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