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갈등 2라운드…형소법 개정논란

  • 입력 2006년 12월 19일 19시 08분


코멘트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

18일 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검찰이 시민단체 회원 등 6명에게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밝힌 영장 기각 사유다.

형사소송법 제70조1항(구속 사유)에 명시된 구속 요건 3가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중 일부는 불법 시위 전과가 있고 폭력적인 시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없었다"며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구속영장을 둘러싼 법원-검찰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 사유' 자체가 모호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과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형사소송법의 추상적인 구속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속 확대? 신뢰 회복?=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18일 "형사소송법의 구속요건에 구체적인 기준을 넣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사형이나 무기징역, 징역 10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때' '재범이거나 재범 우려가 있을 때' '보복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을 때' 등을 구속 요건으로 신설해 구속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취지다.

특수수사통 검사 출신인 김 장관으로서는 지금처럼 법원이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는 상황을 법 개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

김 장관은 "형사소송법의 구속 요건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판·검사가 누구냐에 따라 영장 청구와 발부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구속 영장 청구와 발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관계 부처 협의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거나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돼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에 정부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 등 11명이 2월 제출한 형소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고, 법무부가 검토 중인 안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개정안을 적용하면 2차례 영장이 기각된 한·미 FTA 협상 반대 집회 참가자 6명 중 일부는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불법 시위 전과가 있고, 혐의 자체가 사안이 중하다는 판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생각대로 형소법을 개정하면 인신 구속이 쉬워져 구속이 확대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법원의 판사들은 "지금도 보복범죄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법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검찰 내에선 구속 영장 청구 요건이 구체화되고 강화되면, 오히려 수사에 제약이 더 많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도 찬반 논란이 팽팽해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책적 고려냐, 사법적 판단이냐'=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정병하)는 19일 '불법집회 사범 영장 재기각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한·미 FTA 협상 반대 집회 참가자 6명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재기각 결정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해 야간에도 폭력시위를 계속해 전·의경을 폭행하고 5시간 동안 도로를 점거한 게 폭력성이나 사안이 가볍다는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의자 다수가 불법 시위 전력이 있고 폭력 행사에 적극 가담했으며, 대부분 불법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재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불법 폭력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법원은 "불법시위 참가자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여론을 알고 있지만 그럴수록 기준에 맞지 않는 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폭력시위 주동자들에 대해서는 법원도 가차 없이 영장을 발부하고 있으나 이번에 청구된 사안은 아예 구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신 구속 문제를 어느 법에도 없는 '정책적 고려'에 의해 결정하자는 것은 비합리적인 논리라는 게 법원 측의 시각이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