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방만경영’…직원 주택-학자금 대출 저리 ‘펑펑’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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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정부투자기관은 직원들에게 대출, 해외 출장 등에서 여전히 특혜를 주고 있다. 또 몇몇 기관은 구조조정이나 생산성 증대 노력도 없이 정부 재정에만 기대거나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예산처 산하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 특혜 대출과 비리로 얼룩

농수산물유통공사의 2005년 직원 1인당 주택자금, 학자금 대여금은 정부투자기관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주택자금 등의 대부 이자율은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연 2.0∼5.7%) 수준으로 맞추라는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지침에도 불구하고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석유공사의 주택자금 대부 이자율 역시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보다 낮았다. 또 이 공사의 임원은 공사 수주의 대가로 하청업체에서 뇌물을 받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됐고, 비축석유 감시원이 비축용 석유를 빼돌리다 적발되는 등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다.

대한조폐공사는 1인당 인건비 상승률이 7.2%로 다른 기관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KOTRA는 업무 특성상 상대적으로 접대비 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가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평가단은 “KOTRA와 같은 비영리 기관의 접대비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신설될 때까지 적정 수준으로 경상경비를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밖에 한국도로공사는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공기업 중 최하위인 7.65점을 기록했다. 이런 도로공사는 감리를 자신이 대주주인 한국건설관리공사에 맡기고 있어 사업 전반에 대한 객관적 감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 장밋빛 사업계획 남발

일부 정부투자기관은 별다른 근거 없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5년까지 기업 가치를 5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2015년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2005년의 수십 배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주로 정부 지원 등에 의존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한국관광공사는 9억 원을 예산으로 6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90배의 투자수익률(ROI)을 올렸다고 밝혔으나 별다른 근거가 없었다.

낙하산 인사에 따른 비상임 이사진의 고질적인 비전문성도 논란이 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7명의 비상임 이사 대부분이 전직 관료, 정치권 인사 등이어서 전문성은 물론 중립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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