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전남 ‘키조개 분쟁’ 장기화

  • 입력 2006년 9월 29일 0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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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 사이의 광양만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전남도가 지난해 2월 200억 원대의 키조개 어장을 육성수면으로 지정한 뒤 최근 발생한 양측의 마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중재도 소용이 없어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남도 주장=전남도가 육성수면을 지정한 사실을 1년 이상 모르고 있었던 경남 어민들은 6월 하순 현장을 확인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전남 육성수면 지정 해제 대책위원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해수부 항의 방문과 해상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조업금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은 어렵게 됐다. 법적 대응은 ‘승인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승인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해야 한다.

이들은 “육성수면이 전남 해역이라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육성수면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도 어겼다”고 말했다. 이 규칙에는 어업 분쟁이 있거나 어업 질서 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육성수면을 지정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 승인신청 서류도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경남 지역 어민들은 “육성수면은 경남 어선들이 멸치와 장어, 낙지를 주로 잡는 곳인데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됐다”며 “해수부는 양 지역 어업 분쟁이 생긴 만큼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성수면 주변 해역은 1982년까지 경남의 권현망어선과 잠수기어업 조업구역이었다.

▽전남도 반박=‘남의 바다’에 대해 시비를 거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바다에는 원래 행정 경계가 없지만 국립지리원이 펴 낸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행정관습법상 해상경계선으로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다”며 “육성수면은 명백한 전남 해역”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립지리원이 외해(外海)의 경계선을 표시하지 않지만 1996년 이전 발행된 지형도를 기준으로 하면 육성수면은 전남 해역이다.

이들은 “적법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행정행위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경남 쪽에서 육성수면 해제 요구 말고 조업과 관련된 협의를 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지역 어민들은 “해수부가 지정승인을 철회할 경우 행정소송과 보상 요구 등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두 자치단체의 대립은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해상경계 설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배경도 깔렸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지난달 22일과 8일에 이어 27일에도 행정협의회를 열었으나 전남, 경남도의 담당 국장은 종전 주장만 되풀이하고 등을 돌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육성수면:

대량으로 서식하는 정착성 수산 동식물을 관리하면서 채취하는 해역. 문제의 육성수면은 키조개가 많이 있는 여수시 금오도 동쪽, 남해군 조도 남쪽 9마일 해상 2816ha이며 지정기간은 2008년 2월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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