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귀신이 되려면… “곰이 아닌 여우가 돼라”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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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대표 수재들이 참가하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가영(한성과학고3·생물) 양, 최인환(서울과학고2·수학) 홍태희(서울과학고3·화학) 이병권(한성과학고2·물리) 군. 이들은 “학원, 과외 등에 익숙해지지 말고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국가별 대표 수재들이 참가하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가영(한성과학고3·생물) 양, 최인환(서울과학고2·수학) 홍태희(서울과학고3·화학) 이병권(한성과학고2·물리) 군. 이들은 “학원, 과외 등에 익숙해지지 말고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7월 영남대에서 열렸던 ‘제3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각국의 화학 영재들이 이론경시 문제를 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7월 영남대에서 열렸던 ‘제3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각국의 화학 영재들이 이론경시 문제를 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한국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정보 분야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종합 2, 3위를 거두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생을 제외한 20세 미만의 청소년이 창의력과 탐구능력을 겨루는 올림피아드에는 국가별로 5, 6명의 ‘대표 수재’들이 참가한다. 한국은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 4개, 은 2개로 종합 3위를 거둬 역대 최고 성적이었고 물리는 2위, 화학 2위, 생물 2위, 정보 7위를 차지했다. 금상을 수상한 과학고 학생 4명의 공부법에 대해 들어봤다.》

주인공들은 이병권(한성과학고2·물리), 최인환(서울과학고2·수학), 홍태희(서울과학고3·화학) 군과 최가영(한성과학고3·생물) 양.

이 군의 취미는 3D 그래픽 만들기와 작곡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다. 최 군은 모르는 수학 문제가 나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수학귀신’이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주변 사람들을 재밌게 하는 홍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해 인근 학교까지 소문이 났던 수재. 평소 ‘과학고 학생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 최 양은 생물 공부 외에 자기 이름의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공부법은 스스로 터득해라=이들은 학원, 과외 등 남이 이끌어주는 공부에 익숙해지지 말고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점차 늘리라고 입을 모았다.

최 양은 “중학교까지만 해도 혼자 공부를 안 해본 스타일이어서 과학고에 입학해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소화해야 할 분량을 스스로 정해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벽하게 끝내고 넘어가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 공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최 군은 모르는 문제라도 누구에게 묻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오기가 생겨서라도 일단 혼자 끙끙댔어요. 문제를 반복해서 읽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풀이법이 떠오를 때도 있고, 몇 시간씩 걸릴 때도 많아요. 혼자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공부가 되잖아요.”

▽나만의 공부방법을 습득해라=이병권 군은 ‘자기만의 비법노트’가 있다. 교과서의 기초 개념부터 이를 응용한 심화내용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노트다. 물리의 경우 8권이나 된다.

“제 ‘비법노트’는 틀린 문제 위주로 정리해둔 ‘오답노트’와 공식 및 개념 위주로 정리한 ‘핵심노트’와는 달라요. 기본 내용과 연관된 어려운 내용까지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시험 전에 이 노트만 보면 참고서가 필요 없어요.”

최 양은 ‘곰’처럼 공부하기보다 ‘여우’처럼 공부하라고 주문했다.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필기하고 밤 새워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아요. 나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어요. 핵심 개념을 배우는 단원 첫 시간은 특별히 신경 씁니다.”

▽과학고 입학은 신중히 결정해라=이들은 ‘과학고’라는 이름만 보고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없이 입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군은 부모의 등쌀에 떠밀려 입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퇴나 전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내신이 좋으면 무조건 과학고나 외국어고를 보내려는 부모가 있는데 성적보다는 과학 수학에 대한 흥미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과학고에선 수학 및 과학적 개념을 빨리,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질은 물론 흥미가 중요해요.”

▽학교 이름보다 흥미 따져라=초등학교 때는 과학에 대한 적성이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홍 군은 “어렸을 때부터 과학 잡지나 TV 과학 프로그램을 즐겨봤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과학고 입학을 목표로 교내 과학경시대회부터 시, 전국 단위의 경시대회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열심히 참가했다.

최 양은 외고 입학을 준비하다가 교내 생물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 본인이 이과 적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어가 재미있어 막연히 외고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중2 때 생물 경시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생물이 너무 재미있어 ‘세포생물학’, ‘동물생리학’, ‘분류학’ 등 대학전공서적도 찾아봤어요. 각종 생물경시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으로 과학고에 입학했어요.”

이들은 한국 학생들이 국제올림피아드를 즐기려는 자세보다 수상 실적에 너무 초조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군은 “동양권 학생들은 실력이 뛰어남에도 성적에 연연해 실수를 할까 두려워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미국이나 유럽권 학생들은 대회를 놀이처럼 즐기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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