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준우]이런 교육부총리 없나요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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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3년 반 동안 임명한 교육 수장 5명이 모두 ‘사고’로 낙마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남은 임기 1년 반을 함께할 교육부총리를 고르고 싶을 것이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에 불안해하는 국민도 이 점에서만은 노 대통령과 뜻을 같이할 게다.

어떤 교육부총리가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참으로 난해한 과제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와 교육 공급자인 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답이 나올 듯싶다.

우선 이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인 평등주의부터 살펴보자. 생산력이 구성원 전체를 먹여 살리기 어려워 ‘함께 일하고 골고루 나눠 먹기’ 원칙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원시공산사회(原始共産社會) 이후 경쟁은 삶의 원리였다. 사회의 작동 원리를 부정하는 평등주의는 파행을 낳기 마련이다. 학부모는 학교가 자녀의 성적 순위를 제대로 매겨 주지 않자 사교육 업체로 달려가 비싼 값을 치르고 전국 순위를 알아보는 게 현실이다. 세상살이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평등주의에 안주하게끔 하지 않는다.

초중고교 교육정책의 핵심인 대학입시제도도 마찬가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8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의 반영률을 크게 높이도록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이미 고교등급제, 지필형 심층면접 등을 고안해 인재 확보 경쟁을 벌였던 대학들이 학생부의 실질적인 반영률을 얼마나 높일지는 의문이다. 대학은 학생부 이외에 새 선발의 잣대를 만들 것이다. 새 전형요소가 등장하면 학교와 교사들은 어리둥절해하고, 학부모와 학생은 학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부모의 부(富)가 자녀의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른바 ‘교육 양극화’는 현재의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평등주의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경쟁은 학생의 인격을 파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경쟁이 벌어지는 사회라면 이런 성향을 인정하고 경쟁으로 인한 지나친 불평등을 조정하는 평등주의가 필요하다. 새 교육부총리는 이러한 현실을 꿰뚫는 철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한국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현실과 이상의 엇박자다. 교육부는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에 수준별 교육을 도입했다. 하지만 학교나 교사가 이를 소화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불평이 들끓자 이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이상도 실현 가능성이 낮으면 현실에서 혼선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섣부른 개혁은 개악이 될 수도 있다.

새 교육부총리가 현실에 적합한 개혁안을 만들고 이를 시행할 능력이 있더라도 정치적 성향이 강하면 사고를 칠 수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교육부 장관 시절 새로운 대입제도를 도입하면서 교육 현장의 혼선을 우려한 건의를 묵살하고 ‘무시험 전형’이란 용어를 썼다. 정책의 핵심보다는 홍보 효과를 중시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학입학시험이 없어진 줄로 착각한 학생들이 공부에 손을 놓아 저 유명한 ‘이해찬 1세대’가 탄생했다.

교육부총리가 갖춰야 할 자질은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현실을 개혁할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는 인물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해 임기를 같이하길 바란다.

하준우 교육생활부장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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