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책임자가 내용 모를 수 있나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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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아동복지연구팀장은 31일 김병준 교육부총리와 함께 수행한 서울 성북구청의 용역보고서를 가리키며 “보고서에 이름만 올렸다는 김 부총리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아동복지연구팀장은 31일 김병준 교육부총리와 함께 수행한 서울 성북구청의 용역보고서를 가리키며 “보고서에 이름만 올렸다는 김 부총리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국민대 교수 시절인 2001년 서울 성북구청에서 거액의 연구 용역을 받은 것과 연관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이 주장마저 관련자들은 부인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름만 올렸다”=김 부총리는 31일 오전 교육부 엄상현 기획홍보관리관을 통해 “보도에 언급된 1억500만 원과 4700만 원 건은 서로 다른 것이다. 1억 원 (규모의) 용역은 1995년부터 시작된 성북구 장기 발전계획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진영호 전 성북구청장이 용역의 조사 자료를 박사학위 논문에 활용했으나 논문 내용은 용역 보고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진 전 구청장이 겸임교수가 된 것은 나와 상관없다. 겸임교수 위촉은 학과장이 정하는 일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성북비전 행정수요 조사’는 국민대 행정학과 조경호 교수가 조사 설계 등 큰 틀을 만드는 책임자 역할을 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가족·아동복지연구팀장이 설문조사를 하는 등 두 사람이 다했다”며 “나는 지방자치경영연구소장이어서 보고서에 이름만 올렸고 보고서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보고서 작성의 실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부총리가 연구 용역을 수주하고 연구비도 관리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도 “김 부총리가 회의도 같이 하는 등 연구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연구 책임자는 전반적인 책임을 지며 연구비의 집행을 맡기 때문에 보고서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 대가로 용역비를 받는 것인데 이름만 빌려 줬다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수주 자체가 문제=교육부는 이날 오전에는 1억 원대 용역은 1995년 수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지방자치경영연구소가 성북구청에서 수주한 용역은 1997년의 ‘성북구 구정발전 5개년 계획’과 2001년의 ‘성북비전행정수요 조사’ 두 건뿐이라고 정정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수주액에 대해선 1997년 건은 확인하지 못했고 2001년 건은 4840만 원이라고 밝혔다. 1997년은 김 부총리가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진 전 구청장이 재직하던 시기다.

김 부총리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홈페이지에 1994년 3∼8월 ‘성북발전 5개년 계획’을 1억4000만 원에 수주했다고 기재했으나 실제 용역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부총리나 성북구청도 이 두 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 수주액과 시기가 어떻든 김 부총리가 논문지도 학생이 단체장인 구청에서 거액의 용역을 받고, 이 용역을 토대로 쓴 논문을 통과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 부총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구 용역 선정 경위=서울 성북구청은 행정수요 조사를 위해 2001년 3월 15일 연구 용역 추진 계획을 세우고 4월 9일 경쟁 입찰을 통해 국민대와 한성대 가운데 국민대의 지방자치경영연구소를 용역기관으로 선정했다.

성북구청은 국민대가 관내 사정을 잘 알고 지방행정 관련 연구 용역 실적이 우수하며 연구원 구성, 제안서, 예산 등을 합리적으로 제시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대와 성북구청이 495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정성진 당시 총장과 김 부총리의 이름도 명기됐다.

그러나 납품 금액은 4840만 원, 학진 홈페이지에 올린 수주액은 4700만 원으로 되어 있는 등 제각각이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연구용역 관련 쟁점 및 본인 해
쟁점해명
2001년 성북비전 행정수요 조사연구책임자이지만 실무는 공동연구자가 다 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줬다.
연구용역 규모 4700만 원, 1억500만 원두 건은 별개다. 행정수요 조사가 4700만 원이고 1억500만 원은 1995년 성북구 장기발전계획 용역이다. 오후에는 1997년 성북구 구정발전 5개년 계획일 수 있다고 수정.
연구용역 내용-성북구청장 논문에 활용자료를 활용했지만 논문은 사회자본론을 다뤄 내용이 전혀 다르다.
진영호 성북구청장 국민대 겸임교수 위촉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金부총리, 회의 2차례 참석 연구방향 논의”

“(서울 성북구청의) 연구용역 회의에 (당시 국민대) 김병준 교수가 참석해 전반적인 연구방향을 논의했다.”

김미숙(47·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아동복지연구팀장은 31일 김병준 부총리가 “이름만 빌려 줬다”며 2001년 서울 성북구청의 ‘21세기 성북 비전을 위한 행정수요조사’ 연구용역 수행을 부정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팀장은 1200만 원을 받고 이 연구용역의 설문조사와 분석을 맡았다. 김 부총리는 당시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였다.

그는 “김 부총리가 회의에 참석한 진영호 전 성북구청장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했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김 부총리의 연구용역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연구용역에 관한 회의에 2차례 참석했다”면서 “용역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부총리의 역량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2001년 자신의 논문 지도를 받는 진 전 구청장이 이끌던 성북구청에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민대 지방행정자치연구소 소장이어서 보고서에 이름만 올렸지 보고서의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팀장은 “실무 집필을 나와 국민대 조경호 교수가 주로 담당한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총괄책임을 맡았던 김 부총리가 용역보고서 집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잘못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내가 맡은 부분을 조 교수에게 넘겨주면서 ‘김 교수님은 어떤 부분을 담당하시느냐’고 묻자 조 교수는 ‘김 교수님은 정책 제언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보고서를 직접 집필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집필에 참여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다.

김 팀장은 용역연구에 참여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국민대에 출강하고 있었는데 조 교수의 제안으로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2001년 7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간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분석해 줬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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