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 수사결과 발표]밝혀진 사실과 남은 의혹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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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동 공사 6개월째 ‘스톱’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서울대 수의대 의생명공학 연구동 건물.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논란이 불거지면서 신축공사가 6개월째 중단됐다. 연합뉴스
서울대 연구동 공사 6개월째 ‘스톱’
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서울대 수의대 의생명공학 연구동 건물.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논란이 불거지면서 신축공사가 6개월째 중단됐다. 연합뉴스
검찰은 2004, 2005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팀의 조작 경위를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1월 10일)보다 훨씬 자세하게 밝혀냈다.

그동안 제기됐던 대부분의 의혹이 풀린 셈이다. 하지만 2004년 논문에 실린 1번 줄기세포의 실체는 검찰도 결론을 유보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밝혀진 사실=줄기세포 ‘섞어심기’는 김선종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다.

황 전 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11개(2∼12번)는 모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임이 다시 확인됐다. 다만 김 전 연구원이 혼자서 줄기세포를 황 전 교수팀의 배반포에 섞어 넣은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황 전 교수가 난자제공자 체세포 시료를 2개로 나누어 보내도록 연구원에게 지시하는 수법으로 DNA 지문검사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2004년부터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에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강성근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와 함께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사진을 촬영해 논문에 게재하도록 지시하는 등 거의 모든 데이터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

이들은 2005년 논문을 내면서 “2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김 전 연구원의 말을 믿고서 11개로 늘리고 2004년 논문과 비슷한 방법으로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2004년과 2005년 논문 모두에서 황 전 교수가 주도한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팀은 체세포로 복제배아를 만들어 배반포기까지 기르는 역할을 맡았다.

이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학계의 평. 이 배아 내부에서 세포 덩어리를 떼어 내 줄기세포로 기르는 것은 미즈메디병원팀의 몫이었다.

한편 황 전 교수팀이 난자를 얻는 과정에서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5년에 한나산부인과를 통해 불임수술비를 감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25명에게 모두 3800여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난자를 제공한 대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

▽풀린 의혹=2005년 1월 9일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과 수의대 옆 가건물에서 발생한 오염사고는 관리 소홀과 연구원의 단순 실수로 결론 났다.

가건물 칸막이 공사와 배양실 출입자의 증가 등으로 가건물의 청결 상태가 불량했고 2005년 1월 5일 최초의 오염사고가 났을 때 적절히 처리하지 않아 사고가 확산됐다는 것.

검찰은 줄기세포의 해외 밀반출 의혹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처음부터 줄기세포가 없어 빼돌리고 말고 할 게 없었기 때문.

국가정보원 개입 여부를 둘러싼 소문 역시 검찰 조사 결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05년 1월 황 교수팀을 ‘중점보호 대상 첨단연구소’로 지정하고 연구팀을 대상으로 보안교육을 하고 보안관리체제 구축을 지원했다.

▽남은 의혹은 학계의 몫=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월 10일 보고서에서 2004년 논문에 발표된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5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처녀생식 여부를 확정 지을 수 없으며 결론은 과학계의 몫”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조사위는 체세포 공여자에게서 얻은 혈액의 핵 유전자와 1번 줄기세포의 핵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48개 표시자 중 40개만 일치하고 8개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일 줄기세포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48개 모두가 일치해야 한다.

조사위는 8개의 표시자를 검토한 결과 난자가 전기충격 등으로 마치 일반 수정란처럼 분열이 이뤄지는 처녀생식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황 전 교수팀은 자체적인 각인유전자 검사자료를 검찰에 제출해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각인유전자 검사는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 아버지와 어머니 어느 쪽에서 유전자를 받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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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사법처리 제외된 사람들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문신용(文信容) 서울대 의대 교수, 박기영(朴基榮)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됐거나 법적인 한계로 인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노 이사장과 문 교수가 김선종 전 (34) 연구원의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논문 조작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노 이사장은 생명윤리법이 발효된 2005년 1월 이후 여성 21명에게서 난자를 제공받았으나 모두 무상으로 기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교수에게서 연구과제 2개를 위탁받아 정부지원금 2억5000만 원을 받았던 박 전 보좌관은 연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고 일부 연구비 1500만 원을 절차를 어기며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전 보좌관이 대통령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연구책임자가 바뀌었고 일부 연구비는 반환된 데다 연구비가 실제 연구를 위해 사용돼 횡령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2005년 논문 조작에 일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검찰은 섀튼 교수를 직접 조사하지 못해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없었다.

검찰은 “오염 사고 이후부터 논문을 제출한 3월까지 11개 줄기세포에 대한 검증 실험을 완료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황우석측 “김선종에 속았는데 사기라니…”▼

검찰이 12일 황우석 박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황 박사 변호인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황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건행(李建行) 변호사는 “뜻밖의 결과”라며 “검찰수사에 대한 황 박사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관계자는 “황 박사가 자신을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데 대해 무척 상심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황 박사의 다른 변호사인 문형식(文炯植) 변호사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황 박사는 줄기세포가 있는 줄 알았고 김선종 씨에게 속았다”며 “이것을 사기라고 말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황 박사가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막판에 이렇게 돼 허탈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답답해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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