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분교 강제철거]유혈충돌 ‘12시간 전쟁’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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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시위대 경찰이 4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 2층에 남아 있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을 해산하기 위해 분교 건물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사면초가 시위대 경찰이 4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 2층에 남아 있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을 해산하기 위해 분교 건물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4일 군과 경찰의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행정대집행은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대규모 유혈충돌을 빚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동이 틀 무렵인 오전 5시를 기해 경찰을 태운 버스들이 줄을 이어 대추리 원정삼거리와 본정 농협, K-6(캠프 험프리스) 기지 안으로 속속 집결했다.

올해 몇 차례 진행된 영농행위 차단 때와는 달리 곤봉과 방패 등으로 완전무장했다. 경찰은 사전 준비대로 세 방면에서 대추분교에 접근해 들어갔다.

원정삼거리에서 출발한 경찰이 대추분교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 이르자 시위대와 첫 충돌이 시작됐다. “잡아, 끌어내” “강제집행 중단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양측의 고성이 터져 나오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미군기지 안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철조망 쪽문을 통해 정문으로 치고 들어갔고 시위대는 죽봉과 각목 돌멩이를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곧이어 경찰 32개 중대 3200여 명은 대추분교를 봉쇄했고 양측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상공에선 경찰 헬기가 시위대를 향해 해산을 종용했다.

▽대추분교 진입에서 작전 종료까지=경찰은 설득이 먹히지 않자 운동장 오른쪽 담장과 뒷담을 넘어 치고 들어갔고 시위대는 미리 준비해둔 짚단에 불을 붙였다. 흰 연기가 자욱한 속에 양측이 던진 돌이 날아다니고 시위대가 휘두른 2m 길이의 쇠파이프와 각목, 곤봉이 맞부닥쳤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진입 30분 만에 시위대는 대추분교 건물 안으로 쫓겨 들어갔고 경찰이 운동장 안팎을 점거했다. 경찰에 밀려 건물 2층에 있던 남녀 대학생 200여 명은 교실 문을 잠그고 강하게 저항했지만 다수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강제 해산되거나 저항하다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등 210명이 머리에 피를 흘리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이날 아침부터 옥상에서 시위 중이던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9명과 이들과의 대화를 위해 올라갔던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등 1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10분경 내려와 옥상시위대가 연행자를 전원 석방하면 농성을 풀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신부는 “경찰의 폭력이 도를 넘었다”며 “경찰이 철조망을 치고 막아도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군부대 철조망 설치=오전 7시부터 군 공병대와 경계병들은 도두리 방면과 대추리 안성천 건너편에서 도보와 보트를 이용해 현장에 도착했다. 투입된 병력은 수도군단의 직할 1개 연대 및 예하 사단 1개 연대 일부, 야전공병단과 700특공연대 일부 등 모두 3000여 명에 이른다.

군용 UH-60 헬기 15대가 철조망을 날랐다. 이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기지 이전지 주변 29km 둘레에 폭 1.8m의 둥근 철조망을 이중으로 둘러쳤다. 주민과 시위대가 철조망 설치를 방해하다 군 헌병대에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누구=이날 대추분교에서 강력히 저항한 1100여 명은 주민 200여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전 반미 운동가들로 구성됐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300여 명을 비롯해 민노당 소속 230여 명, 민주노총 소속 190여 명, 반미청년회 소속 30여 명,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소속 10여 명,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소속 20여 명 등 9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대추분교에 머물며 활동해 온 50여 명의 운동가들도 대부분 이들 단체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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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충돌 피하기’ 특별정신교육

군은 이날 작전에 앞서 시위대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투입병력은 모두 “설령 두들겨 맞더라도 절대로 민간인과 맞대응하지 말라”는 특별 정신무장교육을 받았다.

사전교육의 주된 내용은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고 철조망 설치에만 전념하라는 것.

또 헬기와 부교를 최대한 이용해 주민들의 저항을 사전에 봉쇄했다.

투입된 군 병력의 옷차림도 평소와는 달랐다. 600여 명의 공병은 주황색 체육복 상의에 얼룩무늬 군복바지를 입었다. 경계를 맡은 보병은 얼룩무늬 군복 차림을 했지만 총 대신 배낭을 멨다.

이번 작전의 이름에서도 군의 고민이 배어 있었다. 군 관계자는 “작전명을 용산의 영어표기 첫 글자(Y)를 딴 ‘Y-지원’으로 한 것도 군 인력이 공사 준비를 위한 지원 작업에만 몰두할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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