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를 만나면 한국어로 ‘그리웠다’고 말할 거에요”

  • 입력 2006년 4월 18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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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를 만나면 한국어로 '그리웠다'고 말할 거에요"

24년 전 덴마크로 입양된 마리 타프(25·여) 씨는 2월부터 서강대 외국어센터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의 양부모 알렌 타프(60), 게르 트루드 타프(58) 씨도 이달 초 딸의 모국인 한국을 찾아 18일 귀국길에 올랐다.

고교 교사인 이들은 마리를 비롯해 3명의 한국 아이를 입양했다. 마리는 이들의 막내 딸이다.

"처음부터 한국 아이를 원했던 건 아니에요. 아마 한국과 인연이 닿았나보죠. 한 명을 입양했는데 혼자 자라면 외로울까봐 둘째, 셋째를 입양하게 됐어요."

이들은 입양한 딸 3명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과 능력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째 딸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고, 둘째 딸은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 부부는 언어 능력이 뛰어난 마리에게 외국어 공부를 독려했다. 마리 씨는 독일어, 프랑스어, 태국어 등 9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마리 씨는 2004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거쳐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방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태어난 조산원의 기록에 적힌 친부모의 정보가 모두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 씨는 "내 위로 언니만 세 명이 있었대요. (친부모가) 아들을 낳으려다가 딸을 너무 많이 낳아 키우기 곤란했나봐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김치를 먹을 때 자신이 한국인임을 느끼곤 한다.

마리 씨는 "내가 태어난 곳이라서 그런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외국에 입양된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데 그 게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입양인 사이에서 해외 입양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가능한 국내 입양이 바람직하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마리 씨는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자라면서 양부모 가정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도 꽤 있다"면서 "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양은 필요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마리 씨의 꿈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돌보는 것.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사람들과 '접촉'이 중요해요.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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