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테마 북]왜? 무엇을? 自問自答후 펜 잡아라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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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멋대로 써라

◇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때를 만난 듯 글쓰기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온다. 글쓰기 책은 번역서와 국내 저자의 책으로 나뉜다. 둘 다 ‘검증’을 받았지만 그 양상은 좀 다른 것이 최근 흐름이다.

요즘 나오는 글쓰기 관련 번역서는 다른 나라 독자의 검증을 거친 책이다. 국내에서는 글쓰기와 인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널리 알려진 저자들의 가세가 눈에 띈다. 번역서는 글쓰기의 보편적 측면을 주로 다룬다. 글쓰기의 본질이나 그것의 바탕 또는 철학에 주안점을 둔다.

이에 비해 국내 저자의 글쓰기 책은 우리말의 특수성에 주목하면서 실용적이다. 번역서가 원론 성격이 짙다면 국내서는 글쓰기 교범에 가깝다.

필자는 현재로선 나라 밖 독자들에게 검증되고 글쓰기의 보편성이 부각된 번역서를 더 높이 산다.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는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이 좋은 이유가 그저 글쓰기의 본령을 간파해서만은 아니다.

젠슨의 철학이 맘에 쏙 든다. 젠슨은 산업 문명, 임금 경제, 산업, 학교 교육 따위를 싫어하는데, 특히 학교에 대한 그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글쓰기를 위한 그의 조언 역시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참 쉽다.

젠슨은 글쓰기를 바위투성이 산비탈을 달음박질쳐 재빨리 내려올 때 느끼는 황홀감에 비유한다.

다시 말해 글쓰기는 과정을 겪는 일이기에 글을 쓰고 고치면서 발견하고, 글 쓰는 과정을 겪어보길 바란다는 것이다.

또 그는 글에 자신의 생각을 담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려면 글을 쓰는 사람은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현실은 개탄스럽게도 그가 가르친 학생들의 글에도 생각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일상적인 아무 생각 없음에 질겁한다. 젠슨의 글쓰기는 물음 세 마디에 집약돼 있다. 넌 누구니? 뭘 사랑하니? 뭘 원하니?

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은 양적인 축적이 질적인 비약을 가져온다는 이치를 따른다.

그런데 왜 하필 원고지 10장인가? 연습을 하지 않아도 원고지 서너 장은 누구나 무리 없이 쓸 수 있지만 10장은 그렇지 않아서다. 10장을 쓰기 위해선 대강의 요점을 정하고 글의 얼개를 짜야 한다. 씨 뿌리기 전 밭갈이를 하듯이 전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이토에게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그는 쓰기와 생각하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태도를 취한다. “문장력을 키우면 독서 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잘 연결한 글이 잘 쓴 글이고, 그런 연결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힘’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결국 문장력 기르기는 생각하는 훈련이라는 얘기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주요 책들

저자출판사
네 멋대로 써라데릭 젠슨삼인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사이토 다카시루비박스
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김영사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한문화
사회과학자의 글쓰기하워드 S 베커일신사
글쓰기의 공중부양이외수동방미디어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3탁석산김영사
글쓰기의 전략정희모, 이재성들녘
문장강화이태준창비

최성일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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