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을 가다]항만-산업-도시 조화로 부가가치 극대화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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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서쪽 25km 지점에 모습을 드러낸 신항 전경. 2011년 전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연간 804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적 물류항이 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신항만주식회사
부산항 서쪽 25km 지점에 모습을 드러낸 신항 전경. 2011년 전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연간 804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적 물류항이 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신항만주식회사
《새로 개항되는 물류항의 명칭이 ‘신항’으로 결정된 19일 부산 시민들은 신항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시민들의 반응은 “신항이 중국 상하이(上海) 양산(洋山) 항에 맞서 1년 앞당겨 개항하게 돼 다행”이라는 안도에서부터 “신항이 기존 부산 북항과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다양했다.

전반적으로는 ‘신항이 양산 항에 밀릴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지배적이었다.

시민들은 그동안 명칭을 둘러싸고 빚어진 지역 간 갈등이 하루빨리 치유돼 신항이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일사불란한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한편에서는 양산 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리적 위치와 운영 노하우 강점 살리면 전망 밝아=부산항만공사 추연길(秋淵吉) 팀장은 “중국이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부산항의 항만 운영 능력과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운 전문가들은 신항이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최대 장점인 지리적 위치와 노하우를 살려 물류 관련 부가가치 창출 사업을 유치한다면 ‘동북아 물류 허브’라는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하이 최대 물류회사인 코스코의 궁상리 한국지사장은 “부산은 중국 동북부와 일본 사이에 있으면서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간선항로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신항은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 항구에 맞서 신항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항만 서비스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역 시스템의 첨단화에서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고부가 가치 항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부는 현재 물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 부산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부산항 서쪽 25km 지점에 신항 공사를 진행해 왔다.

정부와 민간 투자를 합해 9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이 공사는 2011년 완전히 마무리될 예정이다. 전체 30선석이 만들어지면 신항에서만 1년에 804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다. 기존 부산항의 처리 능력에 비해 연간 200만 TEU 이상 많은 양이다.

배후에는 △각종 조립 포장 재가공 업체들이 들어설 종합물류단지 △첨단산업 및 연구개발센터 △해양 리조트 등 여가 휴양지를 조성해 항만과 도시 기능이 조화된 종합물류 정보 거점 공간이 들어선다. 단순 물류항의 차원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의 복합 해양 공간의 조성이다.

▽대형 컨테이너선 동시 처리=내년 1월 조기 개항하는 신항 1-1구역의 선석(선박을 대는 곳) 3개는 총길이 1000m, 수심 16m로 기존 부산항의 선석보다 더 길고 깊다. 이는 갈수록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신항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날 원태완(元泰脘) 과장은 “부산항에서는 300m급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부두에 여러 척 들어올 경우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고 배가 바다에서 기다리는 일이 간혹 있다”며 “신항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석 사이 화물 운반 차량용 도로도 기존 부산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다. 신항 측은 “부두 안에서 운반 차량이 동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처리 속도도 빠르고 인부들의 작업 환경도 크게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항 운영이 시작되면 항만 내에서 하역과 야적, 재가공의 작업이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물류비용도 저렴해질뿐더러 그동안 주택가 도로를 컨테이너 차량에 내줘야 했던 부산 시민들의 생활환경까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항은 부두 내 폐쇄회로(CC) TV와 건물 출입 통제 등 보안장치에서부터 컨테이너 야적장의 관리 운영, 컨테이너 번호 인식과 원격 모니터링 등 터미널 운영도 세계 최첨단급이다. ‘ㄷ’자 형의 만 구조로 바다가 잔잔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항만㈜ 안경한(安景韓) 대표는 △원 스톱 서비스, 초대형선 접안 인프라 구축, 실질적 자유지대 운영 등 초일류 서비스 제공 △국제적인 항만 동맹 구축 등 글로벌 마케팅 △영어 공용화, 산학협력을 통한 물류 전문 인력 양성 등 인력 고급화를 항만 운영전략으로 내놓았다.

▽부산항과 선의의 경쟁 기대=신항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 중국은 양산 항을 이용하는 중국화물 환적 비용을 50% 할인해 주고 국제 환적화물 항만비용도 30∼40% 할인해 주는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컨테이너 하역료도 부산항(70∼80달러)보다 25% 낮게 책정했다.

이에 따라 신항이 주변 항구와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부산항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 못한 채 신선대, 감만, 자성대부두 등 기존 부두와 ‘제로 섬’ 싸움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신항과 신선대부두는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덴마크 ‘머스크시랜드’와의 대규모 물량 계약을 놓고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대 문성혁(文成赫·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신항을 배후지역에 화물의 수송이나 포장, 보관, 라벨링 업체 등을 유치해 새로운 화물을 만들어 내는 ‘화물창출형’ 항만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 갈등 해소가 우선 과제=신항이 세계 유수의 물류항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그동안 빚어졌던 지역 간 갈등이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그동안 신항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에 걸쳐 있는 점을 들어 각각 그 명칭을 각각 ‘부산신항’과 ‘진해신항’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 심각한 감정 대립 양상까지 보여 왔다.

경남도의회와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진해신항 명칭쟁취 범도민대책위원회’가 19일 신항 명칭 결정에 대해 “단식투쟁과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항 vs 中양산항 “내가 동북아 허브”▼


중국 상하이 양산 항과 신항은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북아 항만의 허브가 되겠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항만 규모나 입지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하물 처리 규모에서는 양산 항이 부산 신항보다 3배 정도 크다. 10일 개장한 양산 항은 85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 5개(총길이 1600m)를 갖춰 연간 220만 TEU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

양산 항이 2020년 계획대로 50개 선석을 모두 완공하면 연간 2500만 TEU의 화물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된다.

다음 달 문을 여는 부산 신항은 1만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 3개(총길이 1000m)를 갖춰 연간 90만 TEU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고 2011년 30선석이 모두 갖춰지면 804만 TEU의 하역 능력을 갖게 된다.

입지 면에서는 신항이 양산 항보다 비교적 좋은 조건이다.

신항은 미주∼유럽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있어 환적화물 유치에 좋은 조건을 갖췄고, 기존의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배후도로 건설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신항을 통해 서울 등지의 내륙까지 화물을 운송하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이에 비해 양산 항은 상하이에서 남동쪽으로 60km 이상 떨어져 있는 등 내륙도시와 거리가 먼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양산 항은 세계 각국의 선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하역료를 크게 낮춰 신항과의 가격 경쟁에서는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부산=기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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