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나누기]사랑은 국경을 넘어 세상을 잇습니다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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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친선대사인 소설가 박완서 씨(둘째줄 왼쪽)가 에티오피아의 한 빈민촌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니세프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소설가 박완서 씨(둘째줄 왼쪽)가 에티오피아의 한 빈민촌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니세프
“학교 앞에 외국인들, 그 때는 미국인으로 알았던 그들에게서 얻은 옥수수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의료진에게 예방 접종도 받고…. 그들이 바로 해외자원 봉사단체 중 하나인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73) 씨는 1950년대 한국의 생활상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그렇게 어렵게 살던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또 우리 이웃, 나아가 이웃 국가를 도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국제적인 위상과 함께 경제 규모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에서 원조와 지원을 요청받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것이다. 2004년 한국해외원조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한국이 사회복지단체들을 통해 해외 구호사업 및 지원사업으로 전달하는 금액은 연간 약 540억 원에 달한다.

○ 지원 대상에서 후원의 나라로

10월 대지진이 일어난 파키스탄 만세라 지역 내 나와자바드에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한비야 팀장(왼쪽)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월드비전

1994년 유엔 산하기구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설립되면서 한국의 지위는 ‘지원대상국’에서 ‘후원국’으로 바뀌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후원국’이 된 지 10년 만에 기금을 약 730억 원으로 불렸다. 이는 한국이 1950∼1993년 40여 년간 지원받은 긴급 구호 및 사업 협력 기금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 시기와 맞물려 국내에도 사회복지단체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지원과 봉사를 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이들 단체는 점차 해외 지원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자생 사회복지단체인 ‘굿네이버스’ ‘선한사람들’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즉각 봉사단을 꾸려 현지에 파견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대지진이나 동남아지역 지진해일(쓰나미) 사태 때도 이들 단체가 활동을 폈다. 초기에 생필품 지원이나 식량난 해소 사업에서 출발한 이들은 점차 교육, 의료사업, 지역 개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 지원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외 단체들의 북한 지원사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월드비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북한 지원 활동은 비슷한 지원 사업을 하는 다른 나라의 단체들에 ‘당연하다’는 인식과 ‘불안감 해소’ 등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최근 전쟁 위험 지역까지 봉사단을 파견해 구호 활동을 하는 한국 지원 단체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원조 단체는 모두 44곳, 회원 수도 122만2000명에 이른다.

○ 복지단체 활동 알고 기부하자

10월 대지진을 겪은 파키스탄에서 굿네이버스 긴급구호팀 김의동 의료팀장(진해 복음외과 원장)이 무너진 건물의 파편에 머리를 다친 어린이의 성처를 치료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구네이버스

월드비전 주임 한혜원 씨는 10월 파키스탄 대지진 구호활동에 참가해 열흘간 현지 환자들을 돌보고 시체를 수습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왔다. 한 씨는 “비위가 약해 음식도 가려먹는 편인데 현장에 가 보니 나보다 연약하거나 어려 보이는 다른 나라의 봉사단을 보며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복지단체들의 해외 지원 사업은 기금이나 구호품 지원에서 벗어나 현지에 직접 인력과 물자를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단체들은 대부분 ‘인종과 국경의 차별없는 지원’을 목표로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과 방법은 큰 차이가 없으나 제한된 분야나 특화된 사업만을 하는 곳도 있다. 이종철(49·서울 성북구 안암동) 씨는 최근 해외 재난 뉴스를 접한 뒤 평소 기부해 온 복지단체 외에 다른 곳에 성금을 냈다. 그 단체는 국내 소외 계층을 돕는 사업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단체들은 해외에 본부를 두고 국내에 지회 격인 위원회가 있는 다국적 복지단체와 국내에 본부가 있는 자생 복지단체로 양분된다.

해외 단체는 내규에 따라 여러 지역에서 조성된 기금의 일부를 해당 기관의 본부가 주관하는 사업지원금으로 보낸다. 많게는 모금액의 70∼80%가 송금된다.

따라서 해당 단체가 어떤 지역과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 원하는 사업에 후원금을 내거나 직접 참여해 보는 게 좋다.

이들 단체는 모두 기금이나 성금의 후원금을 받는 한편, 수시로 현장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뽑기도 한다. 후원금 전달이나 자원봉사자 신청은 홈페이지나 전화로 접수할 수 있다.

일부 단체는 외부 자원봉사자를 선발하지 않고 자체 인력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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