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1학기 수시 합격자, 강북 늘고 강남 줄었다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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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붙었다” 강북은 희색2006학년도 1차 수시모집에서 지난해의 2배인 14명의 합격자를 낸 서울 성북구 석관1동 석관고에서 학생들이 교내 게시판의 합격자 명단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와, 붙었다” 강북은 희색
2006학년도 1차 수시모집에서 지난해의 2배인 14명의 합격자를 낸 서울 성북구 석관1동 석관고에서 학생들이 교내 게시판의 합격자 명단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서울 ‘강남 불패(不敗)’의 신화가 깨지는가.

2006학년도 대입 1학기 수시모집이 끝나자 주요 대학과 일선 고교에서 강남(강남, 서초, 송파구) 고교의 강세 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강남 출신 학생들이 1학기 수시에 합격한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대신 서울 강북 지역의 고교에서는 합격자 수가 늘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10월 6개 주요 대학의 입학전형 실태를 조사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며 제재를 가한 뒤 과거와 같은 고교간 학력차 적용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강남지역 합격자 얼마나 줄었나=이번에 조사한 5개 대학의 합격자를 보면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한양대의 경우 ‘21세기 한양인 전형’ 합격자 478명 중 서울 학생은 33.5%인 160명이었다. 전체 합격자 중 강남 출신은 지난해 48명(8.7%)에서 27명(5.6%)으로 43.7%가 줄었다. 서울 학생 비율도 지난해 33.5%에서 올해는 1.8%포인트 줄어 지방 학생이 약진했다.

성균관대도 지난해 합격자 379명 중 강남 학생은 33명(8.7%)이었으나 올해는 합격자 389명 중 29명(7.5%)으로 다소 줄었다.

중앙대는 지난해 합격자 355명 중 강남 출신은 19명(15.7%)이었지만 올해는 합격자 355명 중 9명(8%)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세대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강남지역 학생의 합격자 수나 비율, 합격률 모두 지난해의 절반 이하라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연세대 1학기 수시 합격자 중 강남 학생 비율이 35.3%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고교등급제가 없어지면서 수시 합격률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낙심한 학생들에게 2학기 수시와 정시에서 만회하자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등급제 폐지 때문”=강남 학생의 합격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1학기 수시까지 대학들이 서울 강남지역 고교 등 진학 실적이 좋은 고교에 대해 ‘+α’를 주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지난해 2학기 수시부터 이를 적용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전에는 일부 대학에서 학력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는 고교 수험생에게는 서류심사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라 가산점을 줬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고교등급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세대는 기초서류평가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지원자와 입학자 수, 내신 성적 차이 등을 정리한 자료를 참고로 활용했다”며 “특히 서울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서울 모 대학 입시 관계자는 “일부 고교를 우대하던 관행을 올해는 적용할 수 없어 강남 학생이 불리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논술이 어떻게 출제되느냐에 따라 유불리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처럼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지방 학생을 우대하는 전형방식이 늘어난 것도 지방 출신이 약진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내신 동일 취급은 역차별”=서울 강남지역 고교들은 학교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내신 9등급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S고 교사는 “강남 학생들이 모의고사 성적이나 영어 성적이 월등히 높은데도 같은 내신 1등급이라고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내신의 불리를 논술에서 극복하려 했는데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 때문에 논술이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심각한 상황 아니다”=강남지역 합격자 수가 다소 줄긴 했지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오히려 합격자 수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申東元)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1학기 수시에 많이 지원하지 않는다”며 “고려대 합격자는 2명에서 4명으로, 연세대 합격자는 2명에서 3명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고교등급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강남 학생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수 학생은 서울대 지원을 위해 1학기 수시에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학원 정보(鄭寶) 원장은 “고교등급제 혜택이 사라져 강남 학생의 수시 합격률이 2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그러나 논술고사에서 강남 학생들이 ‘내신 불리’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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